‘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오늘(21일) 국립중앙박물관서 개막

9월 26일까지 청동~조선시대 금속·토기 등 77점
국립현대미술관도 내년 3월 13일까지 58점 공개

강하늘 승인 2021.07.21 15:16 | 최종 수정 2021.11.15 23:25 의견 0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기증한 2만 3000여점 중 핵심 명작들을 소개하는 전시가 21일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동시에 개막했다.

이번에 출품된 문화재와 미술 작품은 국보인 인왕제색도와 이중섭·박수근 등 한국의 근대 거장들의 명작 등 모두 135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오는 9월 26일까지 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을 내년 3월 13일까지 서울관 1전시실에서 개최한다.

◆ 인왕제색도, 붉은 간토기 등 시대·분야 대표 명품 77점 공개

이 회장 유족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9797건 2만 1600여 점은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금속, 도토기, 전적, 서화, 목가구 등으로 폭넓고 다양하다.

기증품 중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명품 45건 77점(국보·보물 28건 포함)을 특별 공개한다.

겸재 정선(1676~1759)의 최고 걸작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삼국시대 금동불의 섬세함을 보여주는 '일광삼존상'(국보 제134호), 글씨와 그림이 빼어난 고려 사경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 현존하는 유일의 '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단원 김홍도(1757~1806?)가 말년에 그린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등이 전시돼 기증 명품전의 의미를 더한다.

▲ 겸재 정선의 최고 걸작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이번 전시에서는 청동기시대·초기철기시대의 토기와 청동기, 삼국시대 금동불·토기, 고려시대 전적·사경·불교미술품·청자, 조선시대의 전적·회화·도자·목가구 등 이건희 컬렉션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청동기시대 토기로 산화철을 발라 붉은 광택이 아름다운 '붉은 간토기', 초기철기시대 청동기로 권력을 상징하는 '청동 방울'(국보 제255호), 삼국시대 배 모양을 추측할 수 있는 '배 모양 토기', 삼국시대 조각의 유려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보살상'(보물 제780호), 삼국시대 뛰어난 금세공 기술 수준을 알 수 있는 '쌍용무늬 칼 손잡이 장식'(보물 제776호), 조선 백자로 넉넉한 기형과 문양이 조화로운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보물 제1390호)은 당대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을 보여주는 명품이다.

▲ 청동기시대 토기 '붉은 간토기'.

이번 전시에는 고려불화 2점도 전시된다. 고려시대 불화 특유의 섬세한 미를 보여주는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이다. 또 한글 창제의 노력과 결실을 보여주는 '석보상절 권11'(보물 제523-3호)과 '월인석보 권11·12'(보물 제935호), '월인석보 권17·18'을 전시한다. 15세기 우리말과 훈민정음 표기법, 한글과 한자 서체 편집 디자인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생활 속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30분 단위로 관람 인원을 20명으로 제한한다. 누리집에서 상설전시 예약과는 별도로 예약 후 입장할 수 있다. 전시 도록은 발간하지 않고 대신 전시품 이미지와 자료를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에서 제공한다.

◆ 이중섭·김환기 등 한국 작가 34명 작품 58점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와 달리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34명의 작품 58점을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은 1488점으로, 미술사적 가치는 물론 규모에서도 미술관 역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로써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품 ‘일만 점 시대’를 열게 됐다. 7월 현재 소장품은 1만 621점이며 이중 55%가 기증한 작품이다.

이건희컬렉션은 근·현대 미술사를 아우른 국내외 작품까지 포함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의 질과 양을 비약적으로 보강시켰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유영국, 변관식, 이응노, 권진규 등 한국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됐다.

전체 1488점 중 한국 작가 작품 1369점, 해외 작가 작품 119점으로 구성돼 있다. 부문별로는 회화 412점, 판화 371점, 한국화 296점, 드로잉 161점, 공예 136점, 조각 104점, 사진 및 영상 8점 등으로 고루 분포돼 있다.

전시는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들을 주축으로 크게 세 개의 주제로 나눴다.

첫 번째는 수용과 변화다. 일제강점기에 새로운 문물이 유입되면서 미술계도 변화를 맞이한 시기의 작품이다. 서구 매체인 유화가 등장했고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 등 생경한 용어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때 조선의 전통 서화도 변화를 모색한다. 백남순의 '낙원'(1936년경), 이상범의 '무릉도원'(1922) 등 주옥같은 작품을 통해 이 시기 동서양 회화의 특징이 융합과 수용을 통해 변모하는 과정을 비교감상할 수 있다.

▲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

두 번째는 개성의 발현이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하고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격동의 시기 작품이다. 김환기, 유영국, 박수근, 이중섭 등 작가들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들의 독창적인 작품은 한국미술의 근간이 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 이중섭의 '황소'(1950년대),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 등 이건희컬렉션에는 특히 이 시기의 작품이 집약돼 있다.

▲ 이중섭의 '황소'(1950년대).

마지막은 정착과 모색이다. 전후 복구 시기의 작품이다. 이성자, 남관, 이응노, 권옥연, 김흥수, 문신, 박생광, 천경자 등이 고유한 조형세계를 구축하며 한국미술을 보다 다채롭게 만들었다. 이성자의 '천 년의 고가'(1961), 김흥수의 '한국의 여인들'(1959) 등 이 시기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이번 기증 작품들은 작품 검수, 상태 조사, 사진 촬영, 저작권 협의 및 조사 연구 등의 과정을 거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 등록 중이며, 순차적으로 미술관 누리집에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미술 애호가이자 국립현대미술관과 인연을 맺고 있는 배우 유해진이 이번 전시에서 오디오가이드로 재능기부에 참여했다. 유해진의 전시해설 오디오가이드는 국립현대미술관 모바일 앱(App)을 통해 누구나 들을 수 있으며 전시실 입구에서 오디오가이드 기기 대여도 가능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사전예약제(누리집)로 운영하며 1전시실은 별도 예약을 받는다. 일정은 변경될 수 있으며 전시 세부 일정은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mmc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02-2077-9507, 국립현대미술관 홍보고객과 02-3701-9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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