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알', 대학생 손정민 한강 사인 실험들

강동훈 승인 2021.05.30 12:45 | 최종 수정 2022.01.27 14:42 의견 0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29일 밤 ‘의혹과 기억과 소문-한강 실종 대학생 죽음의 비밀’ 편을 통해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 씨의 사인과 친구 A 씨가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 등을 짚었다. 사망 원인을 추측하기 위한 실험과 전문가들의 분석 견해도 덧붙였다.

방송 내용이 기대했던 것만큼의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는 견해가 많았다. 관련기사 댓글에는 방송이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글이 많았다. 하지만 무엇 하나 속단해선 안 된다. 이날 방송이 접근한 사인 실험을 짚어본다.

방송은 먼저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가 술에 취한 손씨를 잔디밭 위에서 밀었을 경우를 가정했다. 보호 장비를 착용한 스턴트맨은 돌밭으로 굴러떨어졌으나 추락 지점이 강과의 거리가 멀어 손 씨가 물에 빠지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어 A 씨가 손 씨를 경사 40도의 비탈길로 끌고 내려가는 경우도 실험했다. 이 과정에서 끌고가는 마네킹의 머리는 여러 번 땅에 부딪혔고 큰 돌밭을 지나면서 상처가 많이 났다. 그러나 손 씨의 시신에는 이 같은 상처는 없었다.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방송에서 “손 씨의 시신에 살아있을 때 바닥에 긁혀 생긴 상처는 없었다”고 말했다.

셋번째 물가에 서 있는 손 씨를 A 씨가 밀었을 경우를 다뤘다. 강변의 수심은 발목 정도밖에 안돼 죽음에 이르게 하기는 무리라는 결론이 나왔다. 유 교수는 “타인에 의한 익사일 경우 가슴이나 어깨 등에 압력에 의한 손상이 생기는데 손씨에게는 이러한 흔적 역시 없었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마지막으로 손 씨가 스스로 물속에 들어갔을 경우를 가정해 실험을 했다. 물에 들어가던 스턴트맨은 한 지점에서 “여기서부터 갑자기 깊어진다”고 전했다. 손 씨가 발견된 곳의 수중구조는 강변에서 7m 떨어진 지점부터 수심이 급격히 깊어졌다. 스턴트맨은 또 물속으로 더 깊이 몸이 빠진다며 발을 빼려고 했고 이내 신발이 벗겨졌다.

손 씨의 시신을 발견한 민간구조사 차종욱씨도 “바닥이 미끄럽고 질척거려 걸음을 옮기기 쉽지 않다”며 “신발이 바닥에 꽂힌다. 발을 빼려고 하면 발만 쏙 빠진다”고 말했다. 유속이 느린 반포대교 남단은 점성이 강한 진흙층이 넓게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한강 수난구조대원은 “손 씨가 숨지기 한 달 전 시민 한 분이 펄에 갇혀 구조한 사례가 있다. 늪같이 펄에 파묻혀 못 나왔었다”고 전했다.

방송 '그알'은 운동화가 벗겨진 상태로 발견된 손 씨의 시신, 양말에 남아있던 토양 성분이 10m 떨어진 강바닥 토양과 가장 유사하다는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해 “운동화를 신고 강에 들어간 손 씨가 진흙 속에 발이 빠진 뒤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일단 진단을 내렸다.

범죄분석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A 씨가 고인이 사망하는데 개입했다고 볼 정황 증거가 없다. 타살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 사건이 되려면 A 씨와 가족이 현장에 도로 나타나면 안 되는 것이었다”며 “CCTV에 이들의 모습이 잡히지 않았다면 은폐하기가 더 쉬운 상황이었다. A 씨 어머니가 손 씨 부모에게 전화했던 시점에 이 사건은 절대로 범죄사건이 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손씨의 아버지는 “너무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저에게 나라 믿지 마라, 경찰 믿지 말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며 “제 주변에 경찰을 믿고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해줄 거라는 사람이 한 명 있다면 반대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만 명”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손씨 부모님에게 오염된 정보들이 전해지는 것 같다”며 “결국은 고통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초기수사 부실 등 서초경찰서가 지탄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은 많다. 안일한 수사를 말한 것이다. [플랫폼뉴스 강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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