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열매와 창업벤처 생태계

IBK기업은행 노정호 승인 2018.10.08 19:53 의견 0

[플랫폼뉴스 IBK기업은행 노정호]무화과 나무는 뽕나무과의 낙엽식물로 팔레스타인과 시리아의 골짜기, 특히 갈릴리 연안에서 잘 자란다.
그 키는 보통 11m까지 자라고 그 이상도 자란다. 3월 초순이 되면 작은 잎이 나온 상태에서 아주 작은 열매들이 맺히는데, 이 열매를 아랍어로 '타크시'라고 한다.

3월 하순 종려주일(기독교의 부활절 직전 일요일)을 기념할 때쯤 되면 이 열매는 엄지손가락의 손톱만큼 커지게 된다. 이 때의 무화과나무의 잎사귀들은 연초록으로 부드럽게 퍼지지만 아직 그 크기는 젖먹이의 손바닥만한 정도이다.

 

3월중 무화과 나무에 맺힌 열매 타크시는 4월과 5월 사이에 익어서 떨어진다. 이 과정에서 잎사귀들은 급속히 자라고 그 크기가 아주 커져 여름이 되면 무화과나무 전체가 잎사귀에 의해 가려질 정도가 된다.
타크시가 떨어지고 나서 6주 정도 지나면 열매가 새로 열리는데 이 것이 정말 무화과로 가을에 알찬 열매로 수확할 수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창업열풍은 아시아지역에도 불어와 중국의 경우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과 선전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판교테크노밸리를 비롯해 전국 주요도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창업 성지인 이스라엘의 경우 스타트업은 대략 5천여개가 넘는데, 한 해에 약 7백여개의 스타트업이 새로 탄생한다고 한다. 인구가 810만 명인 것을 감안할 때 1인당 벤처 창업률은 단연 세계 1위이다. 이 중 이스라엘인들이 모여 사는 텔아비브 시에는 약 1,400여개의 스타트업이 몰려있는데, 이들은 텔아비브와 미국 실리콘밸리를 오가며 스타트업 사업을 진행하면서 글로벌시장으로의 진출도 꾀할 수 있다.

 

지금은 전설이 된 이스라엘의 창업생태계는 사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높았던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궁여지책’으로부터 출발했다고 한다.
이렇게 조성된 창업생태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창업생태계처럼 성공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와야 한다.

창업생태계에서 신생 기업이 제품 개발에 투자를 쏟아붓다보면 정작 개발 이후 판매와 마케팅에 필요한 자금이 바닥나는 경우가 많다. 이 고비를 넘지 못하고 쓰러지는 경우가 워낙 많다보니 통상 이 시기를 데스밸리(Death Valley)라고 부른다. 보통 창업후 3~5년 이내, 길게는 7년까지의 기간동안에 겪는 이 데스밸리를 잘 건넌다면 기업은 이제 다음 단계로 한걸음 나아갈수 있다.

 

무화과 열매로 비유하자면 타크시가 데스밸리를 건넌후 맛보게 되는 첫 열매일 것이다. 데스밸리를 건넌후 맞닥뜨리게 되는 다음 단계가 바로 '다윈의 바다'이다. 한국의 기업생태계에서는 작아서 먹을게 별로 없는 다크시보다는 다윈의 바다를 넘은 후에 맛 볼 수 있는 두 번째 무화과 열매를 바라봐야 한다.

다윈의 바다를 넘은 글로벌화 성공은 멋지다. 그러나 그 바다에는 수많은 상어떼들이 뜯어먹기 위해 득실거리고 있다. 국내 시장의 성공이 글로벌화의 성공을 전혀 보장하지도 않는다.

 

창업벤처기업이 위험한 다윈의 바다를 혼자 넘기에는 바다가 너무 넓고 경험도 전무하다. 이미 글로벌로 진출한 대기업의 활용이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제 한국의 대기업들은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의 기술탈취나 불공정 거래를 일삼는 소위 양아치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찌보면 제품혁신보다 글로벌화가 벤처기업에 더 어려운 과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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