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종교수의 4차 산업혁명과 교육 :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해서 교육의 가치가 변할까?

최순종 승인 2019.03.08 16:24 | 최종 수정 2022.03.26 20:14 의견 0

[플랫폼뉴스 최순종 칼럼니스트] 지난 2016년을 시작하면서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이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던지면서 각계 각처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4차 산업혁명은 학문적, 정치적, 사회문화적 영역에서 핵심적인 논의 주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동향에 편승해 우리 사회 역시 최근 학술 세미나 또는 정책 토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일 것이다.

최순종교수의 4차 산업혁명과 교육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해서 교육의 가치가 변할까?

▲ 사진=픽사베이

2016년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을 계기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도 보편화 되고, 이에 편승해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과 관련해 일자리, 실업, 심지어는 인류의 미래(불안)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처에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주제를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기계류가 인류를 대신할 것인가? 등의 현실적인 문제부터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지능을 초월한 초지능을 갖게 될 경우 인간의 존재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던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마치 유행어처럼 된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4차와 3차 산업혁명을 구분짓는 명확한 잣대가 있는가?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실체는 무엇인가?

▲ 사진=픽사베이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제시하기 전에 2011년에 독일 정부는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추진하면서 4차 산업혁명 개념을 사용했다. 인더스트리 4.0은 정체되고 적체된 산업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즉 제조업의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즉 4차 산업혁명에서 거론되는 것들은 뜬구름이며 단지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좀 더 발전된 기술(예를 들면,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신재생에너지 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심지어 이제야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고 보고, 인터넷 테크놀로지와 신재생 에너지가 융합해 강력한 ‘3차 산업혁명’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참고 : Rifkin, J. The Third Industrial Revolution. 안진환 옮김(2012.). 『3차 산업혁명』. 민음사)

'토마스 쿤'의 말을 빌리면, 과학혁명은 단지 선형적 변화가 아니라 과학과 기술의 전체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즉 이 변화는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기존의 단계와는 차원이 다른 영향을 끼칠 때 ‘새로운 혁명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필자는 현대 사회가 3차 산업시대인지 4차 산업시대인지를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3차 산업시대이든 4차 산업시대이든 우리는 우리(한국사회)가 추구하는 교육의 본질이 무엇이며 또한 4차 산업시대라고해서 그 본질이 달라져야 하는가에 대한 반성적 고민이 요구된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싶다.

▲ 사진=픽사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인재상과 새로운 역량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미래사회에 적합한 교육의 본질과 이를 위한 교육(정책)의 방향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요구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4차 산업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으로 전문적 지식의 종합능력, 창의적 사고능력, 타인과 협업할 수 있는 공감능력을 갖춘 사람을 꼽는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보자! 이런 인재상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만 필요한가? 사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요구되는 이와 같은 역량은 이전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필요로 되었던 역량이며, 이를 계발하는 것은 시대를 초월하여 교육이 지향해왔던 목표이다.

현대사회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지식사회, 정보화사회를 넘어 인간의 지능까지 대체, 아니 아예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시대에 도래했다고 치자! 인공지능이 노동을 대체하고, 로봇이 상용화된다고 하자!

그러나 그럴수록 교육의 방향은 본질에 더 충실해야만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인 융합(디지털과 아날로그, 가상과 현실 등)은 프로그램에 의해 설계된 것 이상이며, 기계적으로 구조화된 것 그 이상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4차산업혁명시대에 사라지게 될 일자리를 정형화된 지식과 계량화된 기술을 토대로 한 직업들이라고 예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래에 제시된미래사회의 지능정보기술에 관한 미래부의 자료와 한국고용정보원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몇 가지 직업 업무변화에 관한 연구 자료는 이를 잘 대변해준다.

▲ 사진= 미래부 지능정보사회추진단

▲ 사진=2016년 한국고용정보원 FGI

설계된 프로그램에 의해 수천, 수만 가지 경우의 수를 가지고 운용되는 로봇, AI, 알파고와 경쟁에서 인간이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은 그들처럼 ‘프로그램밍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인간만이 지닌 소위 ‘사고의 불확정성’이라는 자산이야말로 바로 4차 산업시대에 요구되는 가장 핵심적인 역량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교육 영역에서의 논의를 보면 피상적이고 근시안적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제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면서 교육의 가치는 그대로 효율성, 효과성, 성과지향성이라는 3차 산업시대에 기반하고 있다.

일률적인 교육을 지향하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가 그러하고, 대학에서 인문학 영역을 줄이고 산업연계 교육을 강화하고자 하는 프라임사업이 그러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정형화된 지식과 계량화 할 수 있는 기술은 우리 인간보다는 로봇이, 그리고 AI가 훨씬 더 잘 수행하게 될 것이라 것을 역설하면서, 동시에 실제 한국사회의 교육정책은 로봇이나 AI를 양성하는 듯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 사진=픽사베이

4차 산업시대에서는 단편적이고 파편화된 지식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종합적인 사고역량을 요구한다. 또한 정형화된 지식의 단순한 습득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를 스스로 구상해나갈 수 있는 소위 ‘인식의 구상능력’이 강조된다.

연결과 융합으로 특징지워지는 4차 산업시대의 교육은 더 이상 정형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구동능력’을 지닌 로봇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만이 지니는 창의적이고 종합적인 ‘구상능력’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교육의 방향도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성을 초월하는 초지성을 만들어 내는, 지식정보화사회를 넘어 지능정보화사회인 4차 산업시대의 교육은 오히려‘1차 산업혁명시대’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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