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 파장 커지자 또 사과

우크라이나 소개에 체르노빌 원전 등 그래픽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 거듭 사과

정기홍 승인 2021.07.24 15:01 | 최종 수정 2021.12.18 01:08 의견 0

MBC가 2020 도쿄하계올림픽 개회식 중계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소개 그래픽에 체르노빌 사진을 넣는 등 몇몇 국가 소개 내용에 황당한 그래픽을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비판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자 거듭 사과했다.

MBC는 24일 입장문을 내고 "23일 밤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중계방송하면서 국가 소개 영상과 자막에 일부 부적절한 사진과 표현을 사용했다"며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제가 되는 영상과 자막에 대해서는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다"고 설명하면서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말했다.

MBC는 이어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영상 자료 선별, 자막 정리 및 검수 과정 전반을 철저히 조사한 뒤 결과에 따라 엄정한 후속 조처를 하겠다"며 "나아가 스포츠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유사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MBC는 전날 일본 도쿄 신주쿠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 소개에는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엘살바도르에는 비트코인 사진을 넣었고 시리아에는 '10년째 진행 중인 내전', 아이티에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 마셜제도 선수단 입장 때는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는 자막을 넣었다. 루마니아 소개 때는 '드라큘라' 사진을 자막과 함께 사용했다.

이 외에도 노르웨이에는 연어, 이탈리아에는 피자 사진을 넣어 "나름 유명한 국가들인데 저렇게 사용할 만한 게 없었을까"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스웨덴 소개 때는 '복지 선지국'(선진국 오타) 자막이 나가기도 했다.

또 말레이시아 등 각국 소개 자막에 '코로나 백신 접종률'을 넣는 등 굳이 넣지 않아도 될 정보까지 실었다. 일부 국가의 국민소득도 엉터리로 넣었다.

네티즌들은 "탈원전 지지하려고 체르노빌 쓴 거 다 안다. 근데 지금 전력이 후달려서 재가동하네? 자연전력 외치던 태양광, 풍력은 전체 1.6%밖에 안 나온다" "동구권 국가들이 3만 달러 넘는 나라가 많았는데 검색해보니 죄다 엉터리였더라" 등 비난 일색이다.

MBC는 중계 도중 시청자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중계방송 말미에 긴급 사과를 했다.

한 네티즌은 역지사지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을 중국의 속국, 일본 식민지였다고 소개하는 거와 뭐가 다르냐, 관련 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한 시청자는 "국제 스포츠 행사인 올림픽은 또다른 격식의 외교 자리다. 국격을 말하는 곳에 천박한 배설 수준의 그래픽을, 그것도 한 두개가 아닌 것은 관련자들의 깊은 사고의 결과물이지 사과로 끝낼 것이 아니다"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국 안에 건전한 상식이 있는지를 근본부터 짚어봐야 할 정도로 심각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MBC 관련자를 징계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MBC는 공영방송의 지위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힘든 와중에도 각 국가를 위해 힘쓰고 있는 선수들과 관계자를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각 나라의 코로나 접종률·특정 국가의 상처가 되는 자료 사진을 게시함으로써 국제적인 비난을 우리나라 국민이 떠 앉게 생겼다”며 “각종 법 위반에 대해 조사해 주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방송 제작자뿐만 아니라 MBC 경영진까지 엄벌해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부탁드린다”고 썼다.

MBC의 올림픽 개막 중계 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중계에서 차드에 대해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 키리바시에 '지구온난화로 섬이 가라앉고 있음', 짐바브웨에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등의 소개 문구를 달았다.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중징계인 ‘주의’ 조치를 받았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중계(2월 9일) 때도 방송인 김미화가 MBC TV 중계진으로 나서 부적절한 말들을 해 논란을 불렀다.

김미화는 사전 준비와 지식 부족으로 해설보다 격이 떨어지는 아마추어 수준의 감탄사를 연발하거나 적절하지 못한 멘트로 지적을 받았다.

그는 "아프리카 선수들은 지금 눈이라곤 구경도 못 해봤을 것 같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잘 안되길 바랐던 분들도 계실 텐데 그분들은 진짜 이 평창의 눈이 다 녹을 때까지 손들고 서 계셔야 합니다" 등의 뜬금없고 생뚱맞은 발언을 내뱉었다. 당시 댓글에는 "마이크를 들기 전에 저 말을 얼마나 하고 싶었을까"라고 힐난했다. 또한 중계 중간 중간에 감탄사와 함께 "그러게" 등 반말을 자주 사용해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는 반응이었다.

개막식(9일 오후 7시40분~10시20분)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조사에서 KBS 1TV가 23.0%, SBS 13.9%, MBC는 7.7%이었다. 시청률 조사기업인 TNMS에서도 KBS 21.3%, SBS 12.7%, MBC 6.9%로 집계됐다.

김미화는 당시 비난이 거세지자 사과를 했지만 수긍보다 일부의 정치적인 세력에 의한 지적으로 평가했다. 스포츠에 정치를 끌여들인 것이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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