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형의 소확행/ 와인이 드라이(Dry)하다는 의미는?

이철형 승인 2019.03.20 09:59 | 최종 수정 2021.11.15 09:46 의견 0

[플랫폼뉴스 이철형 칼럼니스트] 어느 분야를 알려면 그 분야의 전문용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와인의 경우도 몇 가지 기본 용어만 알면 큰 지장 없이 와인을 마시고 즐길 수 있다. 오늘은 가장 흔하게 듣는 용어 한 가지에 대해 알아보자!

▲ photo-pixabay

와인이 드라이(Dry)하다는 의미!

와인 매장에서 얼쩡거리다 보면 판매직원이 다가와서 “스위트한 와인 좋아하세요? 아니면 드라이한 와인 좋아하세요?”라고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와인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흔히 듣는 용어가 드라이(Dry)이다.

‘엥? 드라이(Dry)?

일단 ‘스위트(달콤한)’이란 단어에 이은 ‘아니면’이란 말을 했으니 달콤함의 반대 의미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이상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맛을 드라이하다고 할까? 내가 아는 맛 중에 드라이한 맛은 없는데.

맞다. 스위트라고 맛을 나타내는, 즉 감각을 표현하는 단어와 함께 사용하는 바람에 드라이도 맛을 표현하는 단어라고 착각을 일으킨 것이다. 드라이는 엄밀히 와인의 맛을 나타내는 용어가 아니라 달콤하지 않은 상태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우리가 통상 ‘무미건조한’, ‘마른’으로 알고 있는 바로 그 단어이다.

‘엥? 무미건조하다고? 그럼 소위 맹 맛? 아무 맛도 없다는 의미인가? 아니면 별 맛이 없다는 의미? 그런 걸 그렇게 비싼 돈 내고 사서 마시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무식이 용감이라고 내가 처음에 그랬다. 그런데 와인에서는 와인 종류를 맛으로 분류할 때 달콤하다는 스위트(Sweet)의 반대말로 사용하는 단어이기에 굉장히 중요한 단어이면서 우리를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다. 마치 맛을 표현하는 용어인 양!

달콤함의 반대는 쓴맛이라고 언뜻 떠오르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실 딱히 반대말이 아니다. 드라이 하다는 것은 달지 않다는 의미일뿐 맹 맛이라는 의미는 더더구나 아니다.

그럼 단맛이 없는 대신 다른 맛들은 존재한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신맛 대표적으로 느껴진다. 아주 가끔 와인 중에 짠맛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바닷가에 포도밭이 있는 경우에는특히. 그리고 레드 와인의 경우에는 우리가 떫다고 표현하고 입안과 혀가 오그라드는 듯한 느낌을 주는 탄닌감이 있는데 이것은 탄닌 성분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데 이 탄닌 때문에 쓴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는 하다.

그런데 탄닌 감은 맛이 아니고 감각이다. 그리고 우리가 감칠맛이라고 표현하는 제5의 맛 우마미가 와인에도 존재한다고 한다. 사실 와인에서 감칠 맛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럼 왜 맛을 표현하는 용어도 아니라면서 와인 분류에 이 표현을 쓰게 되었을까?

드라이란 표현은 포도로 와인을 만들 때 포도주스 속의 설탕 성분을 이스트(효모)가 먹고 알코올로 바꾸는 발효작용을 하는데 이때 포도주스 속의 설탕 성분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발효하여 설탕 성분의 씨를 말려버리면(Dry시키면) 단맛이 없게 되는 데서 유래한 용어라고 보면 된다. 수분을 건조시키는 것이 아니라 설탕 성분을 없애버린다는 의미이다.^^

편집(이미지 더블클릭)

* 출처: https://www.slideshare.net/Waite/wine-microbiology-for-fermentation-succes
* 위 표를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당분(Sugar)은 줄어들고 알코올(Ethanol)은 증가한다.
▲ photo-pixabay

발효 중간에 이스트 작용을 중지시켜서 설탕 성분을 남게 하면(이를 잔당이라고 한다) 스위트 와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드라이 와인에도 약간의 잔당은 남아있을 수 있다. 다만 우리의 감각기관이 달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게 남아 있으면 드라이 와인으로 분류한다. 따라서 단 맛을 느끼기 시작하는 감각의 경계점(역치)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달라서 단 맛에 아주 예민한 사람의 경우(역치가 낮은 경우)에는 둔감한 사람에 비해 드라이 와인에서 감미를 느끼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 photo-pixabay

또 하나는 음식을 삼키고 난 후 와인을 마시면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주는 느낌을 주기에 드라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작용은 알고 보면 레드와인의 높은 탄닌이나 신맛의 효과이지 와인 자체가 드라이해서 입맛을 개운하게 드라이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와인이 드라이해서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주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물론 드라이한 와인이 달콤한 와인에 비해 음식을 먹고 난 후에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준다고 느끼게는 하지만.

와인 첫 입문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대개 스위트 와인을 좋아한다. 아무래도 시고 떫고 때론 텁텁하기도 한 것보다는 달콤한 것이 쉽게 와 닿으니까. 단 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지나치거나 특수 상황에서는 싫어할 수도 있지만.

칠레 와인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가 가격대비 품질이 좋다는 인식도 있지만 향에서부터 스치는 듯한 감미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보르도 소떼른 지역에서 생산된 귀부 와인 (Noble Rot Wine) ; 독특한 단맛의 와인이다. 샤토 무통 로칠드를 만드는 바론 필립 드 로칠드 사의 제품이다.

하지만 와인을 자꾸 접하다 보면 스위트 와인은 금방 물려서 많이 마시기 어렵고 특히 음식하고 먹을 때 단맛은 다른 맛들을 눌러서 못 느끼게 만들기 때문에 별로 선호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음식하고 먹을 때는 주로 드라이한 와인을 많이 마시고 디저트와 함께 마실 때 달콤한 와인을 마시게 된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 김치와 함께 먹는 이유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편집(이미지 더블클릭)
와인 맛을 표시할 때(엄밀히는 와인을 분류할 때) 통상 Sweet과 Dry를 5단계로 나누어 표시하는데 사람마다 약간 표현이 다르니 참고로 영문 표기를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Very Sweet/Sweet, Sweet/Semi-Sweet, Medium Dry(=Semi Dry), Off Dry/Dry, Very Dry/Extra Dry
드라이(Dry)를 프랑스어로는 Sec(쎅)이라고 하므로 Dry와 함께 알아두면 좋겠다.

<오늘의 와인>
맥스 리제르바 카베르네 소비뇽 (Max Reserva Cabernet Sauvignon)

* 생산자 : 비냐 에라주리즈(Vina Errazuriz)

* 생산지 : 칠레, 아콩카구아 밸리

* 품종 :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87%,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7%, 쁘띠 베르도 (Petit Verdot) 6%

* 특징

- 칠레 최고의 프리미엄 와인 명가의 데일리 와인
- 2012 핵안보정상회담 오찬 와인
- 칠레 와인 중 가성비 최고의 와인
- 골프의 에라를 줄여 주고(에라주리즈) 타수를 극대화(맥스)시켜준다는 별칭의 와인

저작권자 ⓒ 플랫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