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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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5 07:30 | 최종 수정 2021.10.3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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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뉴스 신아연 칼럼니스트]
“샘은 첨부터 쌈닭이셨나요, 아니면 착하다가 변하신건가요? 저는 착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진정 쌈닭이 되고 싶어요.”
21일자 동행 6 <나는 야 쌈닭, 이 아니 즐거운가!>를 읽고 어떤 분이 이런 하소연을 했다. 웃음이 나면서도 절박한 마음이 읽혀진다. 글에도 썼지만 나는 그런 의미로 착했던 적이 없었으니 변신하고 말 것도 없고, 무엇보다 ‘쌈닭은 나쁜 닭’이란 공식을 깨라고 말해 주겠다. 내가 말한 쌈닭은 부당함에 저항하는 닭, 합당한 분노를 표출하는 닭이다. 내가 나를 지키겠다는 데 착하고 못되고가 왜 나오나. 이 맥락에서 착한 사람이란 순진해서 남에게 이용당하는 사람이다. 순진한 것이 순수한 것인 줄 착각하는 사람이다.
공격적인 행동, 화나 분노 표출을 무조건 피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엄격한 윤리 도덕적 잣대가 내재화된 탓이다. 이런 사람들은 억압과 부당한 취급을 당할 때 움츠러들면서 자신을 비난하거나 억지로 타이른다. 자신을 지켜도 모자랄 판에 스스로를 사지로 몰아넣는다. 자신을 상대의 노리개나 먹잇감으로 던져주고는 자기는 착한 사람이라 그렇다고 합리화한다.
적절한 반응’을 하지 않으면 자신을 지킬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쌈닭이 되는 것이 적절한 반응일 때가 있다는 게 지난 번 내 글의 요지다. 토론토 대 심리학과 교수 조던 B. 피터슨은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누군가를 물어뜯을 수 있다면 물어뜯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공격성과 폭력성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공격 능력을 실제로 사용할 일은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쩌면 보잘것없고 변변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다. 세상 모든 나쁜 습관을 다 가진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질하게 살았다고 해서 남은 인생을 계속 그렇게 살 필요는 없다. 상황은 끊임없이 바뀐다. 그렇듯 당신도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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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상 작가의 영상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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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신아연 작가는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21년간을 호주에서 지내다 2013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인문예술문화공간 블루더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에 '에세이 동의보감'과 '영혼의 혼밥'을 연재하며 소설가, 칼럼니스트, 강연자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생명소설 『강치의 바다』 심리치유소설 『사임당의 비밀편지』 인문 에세이 『내 안에 개있다』를 비롯,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공저 『다섯 손가락』 『마르지 않는 붓』 『자식으로 산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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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shinayou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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