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동행 3] 죽음의 일선에서

신아연 승인 2019.03.11 06:35 의견 0

 [플랫폼뉴스 신아연 칼럼니스트]

 

중년싱글인문예술문화공간 블루더스트 치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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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최근에 부친상을 당했다. 가까운 이의 죽음은 우리를 철학자로 만든다. 삶과 죽음이 마치 당장 해결을 봐야 할 과제처럼 골똘하고 절실하게 다가온다. 돌아가셨다고 표현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로 돌아가셨는지, 저 세상으로 갔다지만 저 세상은 또 어디인지, 있기나 한 것인지 한동안은 죽음에 압도된 시간을 보낸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죽음은 완전한 무지다. 완벽한 관념의 세계다.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 어떤 신념을 가진다 해도 옳다 그르다 증명할 길이 없다. 생사관은 완전히 개인의 영역이다.

 

장자는 천지 사이에 기가 가득하고,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기가 모인 것이며, 죽는 것은 그 기가 다시 흩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삶과 죽음은 형태만 다를 뿐 실은 같은 것이라고 보았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장자가 북을 치며 노래했던 것도 그래서다. 천지라는 큰 집으로 편안히 돌아갔으니 통곡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주말 산에 올랐다. 깊은 골의 얼음이 바야흐로 녹으면서 물이 되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몇 주 전, 두터운 솜이불처럼 얼음이 굳건히 덮여있었던 때에도 이불 안에 자명종을 감춰 둔 것처럼 얼음장 밑으로 졸졸대며 흐르는 물소리가 들렸었다. 삶과 죽음이 본질은 같되 형체만 바꾼 것이라는 장자의 말이 물과 얼음의 관계로 다가왔다.

   
나를 포함하여 부모를 모두 떠나보낸 이들은 이제 죽음의 일선에 섰다. 죽음이란 활주머니나 옷 주머니를 끄르듯이 정신이 육체를 떠나는 ‘단순한’ 일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내게 죽음은 아직은 무겁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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