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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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7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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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뉴스 신아연 칼럼니스트]
“아, 진짜 연애하고 싶다!”
동네 햄버거 가게에서 혼자 저녁을 먹고 있는데 청년 두 명이 내 옆 자리에 털석 앉으며 한 사람이 불쑥 이렇게 내뱉았다. 순간적으로 “나도!” 라고 맞장구를 칠 뻔했다. 주책맞기도 하지.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도 연애를 못해서, 혹은 포기하느라 고통스러워하는 시대에 다 늙은 아줌마가 언감생심, 그 찬란하고 험난한 '연애계'에 다시 발을 들여놓으려고 하다니. 염치가 없어도 유만부동이지.
그런데 이 청년은 자신의 ‘연애하고 싶다’는 말에서 실상은 삶의 방향을 잃고 자기 상실감의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성적 욕망이 인간을 주체적으로 만든다.”고 했다.
주체적 인간이란 ‘자기의 자기됨을 자기가 결정하는 인간’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애를 해 봐야 한다. 성과 사랑의 감정을 통해 이성을, 나아가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 그 과정이 곧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상대라는 거울로 자신을 비춰보게 되는 것이다. 어떤 연애를 하느냐가 어떤 인간인가를 말해 준다.
그러니 연애를 못하고 있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활동도 정지되어 있다는 의미다. 그 활동이란 생명 활동과 같은 말이다. 그렇다면 나도 연애를 하고 싶은 게 당연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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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상 작가의 영상풍경 |
필자 신아연 작가는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21년간을 호주에서 지내다 2013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인문예술문화공간 블루더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에 '에세이 동의보감'과 '영혼의 혼밥'을 연재하며 소설가, 칼럼니스트, 강연자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생명소설 『강치의 바다』 심리치유소설 『사임당의 비밀편지』 인문 에세이 『내 안에 개있다』를 비롯,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공저 『다섯 손가락』 『마르지 않는 붓』 『자식으로 산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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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shinayou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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