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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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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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뉴스 신아연 칼럼니스트]
“영향력 있는 분이니 어디든 알려 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제 한 기관으로부터 이런 부탁을 받았다. ‘영향력 있다’는 말이 뜻밖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생존에 급급해서 글을 써왔지 내 글이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 것이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노자가 한 ‘허기심 실기복 (虛其心 實其腹)’이란 말처럼 마음보다 배를 채우느라, 돈이 될 만한 것이면 뭐든 글로 만들어 팔았을 뿐, 사람들이 나를 알아줄 것이란 생각,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 이름을 얻고 싶은 명예 따위를 추구할 겨를이 없었다. 그런 내게 ‘영향력’이란 말은 혀를 싸고도는 감미로운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매혹적이었다.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일까? 천만 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다는 뜻이다. 절대적 빈곤은 해결할 수 있어도 상대적 빈곤에는 답이 없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단 배가 부르면 사회적 허기를 채우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른바 영향력을 갖고 싶은 것이다. 인정욕구에의 타는 목마름으로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 호랑이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다 못해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말을 만들어 냈다. 호랑이에게 물어봤나, 가죽을 남기고 싶냐고?
내 이름 석 자를 남기고 싶은 욕망은 인간에게는 본능이다. 그러나 위험한 본능이다. 사람은 이름나는 것을 경계하고,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하라지 않나. 사람이 유명해지면 화의 근원이 되기 쉽고, 돼지가 살이 찌면 곧 도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두 가지를 포기한 인간이나 돼지를 지금 껏 본 적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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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상 작가의 영상풍경 |
필자 신아연 작가는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21년간을 호주에서 지내다 2013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인문예술문화공간 블루더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에 '에세이 동의보감'과 '영혼의 혼밥'을 연재하며 소설가, 칼럼니스트, 강연자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생명소설 『강치의 바다』 심리치유소설 『사임당의 비밀편지』 인문 에세이 『내 안에 개있다』를 비롯,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공저 『다섯 손가락』 『마르지 않는 붓』 『자식으로 산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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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shinayou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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