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가장 제주다운 마을 한림 : 은빛의 갈치와 붉은 옥돔

조용수 승인 2018.03.25 05:53 의견 0

제주 서해안의 한림항은 바다의 수산물이 모두 모여드는 곳. 이른 새벽 제주의 어선들은 물론이고 멀리 전남 목포, 경남 삼천포, 전남 여수 일대에서 출항한 어선들이 이곳 한림항에 고기를 부린다. 티끌만한 흠집도 없이 온몸이 은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갈치나 붉은 기운이 감도는 도미는 어찌나 싱싱한지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writer & photo _조용수 기자  

 

 

 

                                                     Travel

                                                    은빛의 갈치와 붉은 옥돔

                                           제주 서해바다 수산물의 집결지. 한림항
                                  가장 제주다운 마을 한림



경매가 끝난 정오의 항구는 물 빠진 썰물 때처럼 바다는 침묵을 지킨다. 새벽의 흥청임이나 바쁜 걸음도 없이 한가한 어부는 쌓아 놓은 그물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아마도 내일의 출항을 위한 준비인 듯하다. 오래된 다방엔 늙은 여가수의 구성진 가락이 창틈사이로 흘러나오고, 바다를 등 뒤로 먼 산만 바라보는 천하대장군은 묵묵히 자신의 초라한 위엄을 감추고 있다.



봄의 입구에 서있는 한림항은 아직도 겨울의 연정이 아쉬운 듯 그 잔재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 힘찬 뱃고동 소리가 몇 번의 새벽을 알리고, 물 건너 저 등대는 소리 없는 안내로 다가올 봄을 빛으로 노래한다.  
  


풍덩 빠져들고 싶은 제주의 바다에서 맨손으로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체험이 있다. 바로 독살체험이다. 뭍에서는 독살 혹은 돌살로 불리나 이곳 제주에서는 원담 혹은 갯담으로 불린다. 밀물과 썰물이라는 자연현상을 이용해 고기를 잡는 전통방식으로 갯벌에 활모양으로 자연석을 쌓아 만든 공간(독살)에 밀물 때 따라 들어온 고기가 썰물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면 쪽바지(뜰채)나 사둘(그물)로 건져내는 고기잡이 방식이다.

독살의 길이는 족히 몇 십 미터에서 몇 백 미터는 될 듯하다. 멀리서 보면 하얀 모래사장 위에 먹묵으로 굵직하게 산세를 그린 수묵화 같다. 독살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됐는데, 조수간만의 차가 큰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 특히 발달했다. 서남해와 제주에서는 지금도 수백 년 된 독살을 쉽게 볼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독살의 가치를 우리가 너무 모른다는 점이다. 외국과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일본만 해도 독살을 문화재로 지정하고 관광지도에 위치를 표시할 정도이다. 자연과의 공존 정신이 스며있는 독살에 이제부터 사랑과 관심을 갖고 선조의 지혜를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제주의 3월에 매화가 붉은 얼굴로 인사를 한다. 수줍은 새색시 같은 수줍음으로 봄인사를 시작으로 제주는 또 다른 봄의 색깔로 치장된다. 야자나무 빽빽한 한림공원엔 매화 이외에도 식물들도 봄의 기운을 받아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다.



한림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한림공원이다. 개척정신과 애향정신으로 이룩된 한림공원은 불모의 모래 황무지를 개간해 야자수와 관상수의 씨앗을 파종해 가꾸어 왔다. 미래의 제주 관광산업개발의 시초이며, 앞으로 후대들이 지키고 가꾸어 가야하는 소중한 문화 자원이다.



한림공원은 크게는 돌과 나무와 전통으로 구별되어 있으나 조목조목 자세히 살펴보면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야자수 숲과 관상수. 그리고 분재와 돌을 소재로 구성된 테마공원으로 분재와 함께 희귀한 자연석을 감상할 수 있는 석, 분재원, 한라산이 폭발하면서 형성된 검은색의 용암동굴과 석순과 종유석이 자라고 있는 석회동굴이 관람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화산 폭발로 형성된 다양안 모양의 수석들로 구성된 수석관과 2천여 종의 아름답고 희한한 식품들이 살아 숨쉬는 아열대 식물원. 끝으로 타조와 원앙 등이 살고 있는 조류원과 현대문명과 함께 사라져 가는 제주 전통초가의 보존을 위한 재암 전통 민속마을 등으로 구별돼 제주를 찾는 여행객이 한 곳에서 제주의 특성을 살펴볼 수 있게 조감돼 있다.



찾아올 때마다 새로운 얼굴로 여행자를 맞이하는 제주도. 매번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새롭게 제공한다. 그래서 제주는 신비스럽고,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열아홉 섬 색시 같다. 처음에는 낯설다가 어느새 친근해지고, 곧 아득해지며 다시 그리워진다. 그게 제주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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