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잘 되는데 독일선 왜?"···배민 인수 기업, 본국선 사업 철수

강하늘기자 승인 2021.12.25 19:48 | 최종 수정 2021.12.26 15:52 의견 0

음식 배달 서비스 '배달의 민족'을 인수하는 등 경영을 확장하던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가 자국에서는 서비스를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배달원 확보비까지 늘어난 것이 철수의 주된 이유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22일(현지 시각) 딜리버리히어로즈가 '푸드판다' 브랜드로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 6개 도시에서 제공하던 음식 배달 서비스를 중단하고 베를린 시험 서비스만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한 자회사도 내년 1분기 이내에 매각하거나 폐쇄할 덧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 2011년 음식 배달 벤처기업으로 출발했다. 2019년 독일 내의 배달 서비스를 네덜란드계 '저스트 잇' 그룹에 팔고 '배달의 민족'을 인수하는 등 해외 시장공략에 본격 나섰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국계 우버, 핀란드계 월트 등 다른 배달 서비스가 독일 시장에 진출하면서 자국 내 배달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졌다.

딜리버리히어로의 자국내 사업 철수는 배달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어려운 독일의 환경도 문제가 됐다.

지난 11일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이 음식 배달 서비스의 험지가 된 이유에 대해 엄격한 노동법과 강력한 노조, 높은 비숙련 노동자 임금 및 고객 문화를 지목했다.

배달 노동자 보호 정책이 강해 배달 원가가 상승하고 소비자도 높은 배달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없어지면서 배달 업체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딜리버리히어로의 경영 실적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상반기 적자는 9억1800만 유로(한화 약 1조 2600억원)으로 전년의 두 배 수준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그동안 수익의 증대보다 배달 주문 건수를 늘리는 데에 집중해왔으나 주주들로부터 실질적인 수익에 대한 압박을 받으며 사업 철수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니클라스 외스트베르크 딜리버리히어로 최고경영자(CEO)는 "푸드판다 팀이 뛰어난 실적을 보여줬으나 두 나라에서 우리 생태계에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철수 사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독일에서는 배달 기사를 구하기 어렵고, 관련 법이 지속 가능하지 못해 배달업의 정착이 어렵다. 한국에서는 매달 1억 2000만 건의 배달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독일 내에서의 배달은 겨우 200만 건에 그친다"고 한 바 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앞으로 아시아 지역의 배달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절반 이상의 매출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나오고 있고 동남아시아의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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