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사제도 개편···30대 임원, 40대 CEO 될 수 있다

부사장·전무 직급, 부사장으로 통합
직급별 표준체류기간 없애, 절대평가로 전환
매년 3월 승격자 발표도 폐지

강하늘기자 승인 2021.11.29 16:15 | 최종 수정 2021.11.30 18:42 의견 0

삼성전자가 30대 임원과 40대 최고경영자(CEO) 발탁이 가능한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내놓았다. 위계질서를 중시하던 대기업 문화에서 탈피해 인재를 중용하고, 젊은 경영인을 조기에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려는 취지다.

삼성전자가 29일 발표한 인사제도 혁신안은 연공서열을 폐지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국내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부사장·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해 임원 직급단계를 축소하고 '직급별 표준체류기간'을 폐지해 젊고 유능한 경영자를 조기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능력에 따라 30대 임원과 40대 CEO도 배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급별 표준체류기간을 폐지하는 대신 성과와 전문성을 다각도로 검증하기 위한 ‘승격세션’을 도입해 젊고 유능한 임원을 조기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직원 직급단계는 CL(Career Level) 4단계(CL1∼CL4)로 돼 있어 승급을 하기 위해서는 8∼10년의 기간을 채워야 했다. 그러나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에 따르면 업무 성과와 직무 전문성을 증명할 경우 몇년 만에도 승격이 가능해진다.

수평적인 조직문화 강화를 강화하기 위해 회사 인트라넷에 표기된 직급과 사번 정보를 삭제한다. 매년 3월 진행되던 공식 승격자 발표도 폐지했다.

평가 방식도 기존의 상대평가에서 벗어나 성과에 따라 누구나 상위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고 성과자 인정과 동기 부여를 위해 최상위 평가는 기존과 동일하게 10% 이내로 운영할 예정이다.

또 부서장 한 명에 의해 이뤄지는 기존 평가 프로세스를 보완하고 임직원 간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피어(Peer)리뷰’를 시범 도입한다. 다만 일반적인 동료평가가 갖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인재제일’ 창업이념 아래 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기회도 마련했다.

‘사내 프리에이전트(FA) 제도’를 도입해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다양한 직무 경험을 통한 역량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국내 및 해외 법인의 젊은 우수인력을 선발해 일정기간 상호 교환근무를 실시하는 ‘STEP 제도’를 신설한다.

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주요 거점에 공유 오피스를 설치하고, 창의적인 근무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카페·도서관형 사내 자율근무존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뉴삼성’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먼저 조직 문화가 미래 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판단 아래 이번 인사제도 개편을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사제도는 지난 2015년 사내망에서 진행된 임직원 대토론회에서 임직원들의 의견을 들은 뒤 장기간에 거쳐 글로벌 기업 벤치마킹,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을 거쳐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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