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콘텐츠 구독 플랫폼'으로 진화한다

강하늘기자 승인 2021.11.24 04:40 의견 0

카카오가 다음(Daum) 뉴스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 편집 방식에서 손을 뗀다. 각 언론사에 편집권을 맡기고 이를 이용자 구독 방식으로 전환한다.

이는 카카오가 ‘카카오 뷰(View)’ 서비스와 함께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성격과 구독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카카오 뷰
개편되는 다음 앱 화면. 카카오 제공

카카오는 24일 콘텐츠 제휴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한 ‘다음 뉴스 서비스 개편 온라인 설명회’에서 ▲ 알고리즘 추천 방식 ▲ 랭킹 방식의 뉴스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내년 1월 중순 '모바일 다음'에 적용하고 상반기에는 'PC 다음'에 적용할 예정이다.

기존 다음 뉴스 탭엔 카카오의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인 ‘카카오 뷰’가 자리하고 있다. 카카오톡 앱에서의 3번째 탭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언론사들은 이를 통해 직접 뉴스·사진·동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기사를 편집해 카카오 뷰에 ‘보드’ 형태로 발행한다. 보드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운영돼 뉴스를 클릭하면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카카오는 “지난 2년 간 이용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구독형 서비스로의 전환이라는 큰 방향을 갖고 뉴스 개편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2019년 10월 포털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안을 발표, 연예뉴스 댓글과 카카오톡 탭 내 실시간 이슈 검색어를 폐지하고 뉴스 서비스를 개인 맞춤형과 구독 형태로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기존 포털과 다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뉴스 개편을 넘어 전체 콘텐츠를 보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독 형태는 “언론사 구독 방식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인이 재구성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등을 구독해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취하고 있는데 이것을 카카오 방식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블로그 글들도 대중에게 미디어로 재창조되는 시대라는 점도 덧붙였다.

카카오 뷰는 그 결과물이다. 이번 뉴스 서비스 개편도 카카오 뷰에 힘을 싣는 행보다. 카카오는 이를 통해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현재 카카오톡 내에서 이용자들은 카카오 뷰를 통해 뉴스뿐 아니라 취향에 맞는 콘텐츠들을 선택해 모아볼 수 있다. 직접 에디터가 돼 내 관점에 맞는 콘텐츠를 큐레이션 해 다른 이용자들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카카오 뷰는 '뷰'와 'My뷰'로 구성돼 있다.

'뷰'는 경제·취미·테크 등 22개 주제의 카테고리 가운데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하면 취향에 맞는 보드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콘텐츠가 알려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My뷰'는 이용자가 직접 구독하고 있는 채널들을 모아 볼 수 있는 탭이다.

여기에 다음 앱엔 기존 뉴스 서비스 이용자 및 언론사들을 위해 언론사 보드만 모아 구독할 수 있는 ‘뉴스’ 탭을 추가하기로 했다. 카카오톡 내 뉴스 탭 추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카카오 뷰의 핵심은 모바일 환경에 맞는 조판을 개인 누구나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카카오는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크리에이터뿐 아니라 수많은 콘텐츠를 취향과 관점에 맞게 큐레이션 해주는 ‘에디터’가 앞으로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카카오 뷰에 보드를 발행하는 이들을 크리에이터가 아닌 ‘뷰 에디터’라 부른다.

이처럼 개인이 만든 미디어 중심으로의 콘텐츠 소비 환경 변화를 통해 카카오가 실현하려는 건 미디어 시장에서의 힘의 균형이다.

조 대표는 지난 9월 카카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콘텐츠에 대한 고른 접근도 중요하기에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작은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줘야 한다. 다양한 관점의 글이 유통되면 더 소신 있게 이야기하는 분도 많아질 것”이라며 “한마디로 카카오 뷰는 개인이 만든 미디어이고, 카카오 뷰로 영향력이 큰 개인 미디어가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카카오가 카카오 뷰에 힘을 싣는 건 락인효과(lock-in)를 불러오는 ‘구독 비즈니스’ 강화와도 연결돼 있다.

현재 카카오 뷰가 있는 탭은 과거 ‘#’탭이었다. 다양한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포털 다음 뉴스, 커뮤니티 글 등을 카카오 측이 편집해 모아둔 것이었다.

카카오 뷰를 선보이면서 자체 편집 방식을 버렸지만 또 다른 큰 변화가 바로 콘텐츠 제공 형태가 이용자 ‘구독’ 기반으로 바뀐 것이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도 올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카카오 뷰 출시로 기존 상품·서비스 정기구독 서비스인 ‘구독ON’과 이모티콘플러스, 톡서랍플러스와 같은 디지털 아이템 구독을 포함한 카카오 구독 플랫폼의 큰 틀이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상품·서비스·콘텐츠까지 구독중심 축이 마련된만큼 카카오의 구독 생태계는 카카오톡 채널을 중심으로 더욱 빠르게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이를 통해 노리는 건 톡비즈의 성장이다. 이용자의 관여도와 트래픽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광고 및 커머스 등에서 매출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의 플랫폼부문 실적을 보면 톡비즈부문은 매출이 계속 증가하며 플랫폼부문의 전체 매출에서 50%를 넘는 비중을 유지하고 있지만 포털비즈부문은 매출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톡비즈부문은 카카오톡 생태계 내 매출 선순환 효과와 커머스 거래 성장에 따른 것이다.

특히 톡비즈부문에서 광고형 매출의 비중이 높은데 이는 카카오 광고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광고형 매출은 카카오톡 상단 광고인 ‘비즈보드’, 광고주와 이용자를 카톡으로 연결해주는 ‘톡채널 메시지(알림톡·톡채널)’ 등을 포함한다.

카카오 분문별 실적 추이

이러한 선순환을 위해 카카오는 다양한 콘텐츠 비즈니스가 가능하도록 카카오 뷰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뷰 에디터는 자신의 보드를 받아보는 이용자 수나 보드 노출 수 등에 따라 'My뷰' 공간의 광고 수익 일부를 배분 받을 수 있다. 본격적으로 내달 중순 ‘수익창출 프로그램’을 오픈해 큐레이션 및 콘텐츠 광고에 따라 수익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향후 이용자 후원이나 유료 콘텐츠 발행 등 다양한 수익모델도 추가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카카오는 ‘관계형 도구’를 활용해 커머스 등 다른 결제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 뷰 에디터는 오픈채팅, 톡캘린더 등 카카오톡 기능을 활용해 이용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관계형 도구는 유료결제나 커머스 기능을 담고 있는 카카오톡 채널 운영을 말한다”면서 “만약 카카오 뷰를 통해 콘텐츠를 발행하는 사람이 커머스 사업자면 구독자들이 해당 카카오톡 채널에 들어가 또 다른 결제를 하는 식으로 연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카카오가 장기적으로 웹툰·웹소설, 카카오TV 오리지널 영상 등 다른 콘텐츠들과 묶어 구독 상품을 선보이며 락인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는 현재 콘텐츠부문에 힘을 실어 수익 모델로 ‘구독’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카카오 서비스와 구독경제를 결합해 다양한 구독 사업자를 연계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구독 마켓 플레이스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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