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 터줏대감 '양미옥' 화재로 전소됐다

DJ가 마지막으로 들렀던 외식집

강하늘기자 승인 2021.11.24 20:52 | 최종 수정 2022.01.08 18:13 의견 0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노포거리를 지켜온 유명 맛집 '양미옥'이 지난 23일 화재로 전소됐다.

24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50분쯤 2층 계단 부근에서 연기와 불꽃이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소방인력 167명과 소방차 42대 등이 진화에 나섰지만 완전 전소해 건물이 무너졌다.

23일 유명 노포 양미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화재로 양미옥 1·2층이 모두 불에 타고 인접 건물 2층에도 옮겨붙어 전소했다.

식당 1·2층에 있던 직원·손님 등 총 84명이 대피했다. 다행히 찰과상 1명, 머리 그을림 1명 등 경미한 부상 외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소방당국은 집계했다.

지난 1992년 개업한 양미옥은 오랫동안 '맛집'으로 사랑받아온 곳이다.

대표메뉴는 양대창구이다. 양대창에 양념을 묻혀 굽는 '경상도식 양곱창요리' 바람을 서울에 일으킨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집의 양대창구이 과정은 숯불화로에 석쇠를 놓고 양대창을 올린 뒤 양대창이 약간 익으면 가위로 한입크기로 자른다. 이때 지방이 지글지글거리며 녹으면 고소한 냄새가 손님의 코속에 솔솔 올라온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창 속까지 잘 익히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굽던 양대창을 다시 접시로 옮긴 뒤 매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리고 다시 구워 익힌 뒤에 한점을 먹을 수 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180회 넘게 찾을 만큼 단골이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 2005년 결혼 43주년을 기념해 이곳을 찾았고 '마지막 외식집'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희호 여사는 자서전 '동행'에서 "양은 기름기가 없고 소화가 잘돼 남편이 무척 좋아했다"며 "을지로의 양미옥에 자주 가는데, 신문에 나게 돼 우리가 광고해준 격이 됐다"고 소개도 했다.

헐릴 뻔한 위기도 있었다. 지난 2019년 서울시가 '세운상가 재정비 촉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을지로 일대 노포와 공구상가를 헐고 주상복합 건물을 세운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상인들이 반발하자 시는 발 계획을 접고 양미옥 등 주변 가게를 '생활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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