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처음부터 ‘비료 문제’로 보고…오판이 대란 키워

KOTRA 베이징무역관 “中 요소 수출규제는 비료난 때문”

강하늘기자 승인 2021.11.17 13:01 | 최종 수정 2021.12.19 00:47 의견 0

지난달 중국의 요소 수출 검사 의무화 고시와 관련해 KOTRA의 초기 보고서에 차량용 요소에 관한 언급 없이 농업용 ‘요소 비료’ 내용만 포함돼 정부의 오판을 불렀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7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이 입수한 KOTRA의 ‘중국 비료 및 요소 수출 규제 관련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KOTRA 베이징무역관은 지난달 22일 한국 본사에 “중국이 비료 공급난 완화를 위해 수출을 억제하고 국내 시장에 우선 공급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보냈다.

KOTRA 베이징무역관은 중국 관세청(해관총서)이 지난달 11일 요소 수출 검사 의무화를 고시한 뒤 10일간 현지 조사와 함께 관계자 12명을 인터뷰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인터뷰 대상엔 정부뿐만 아니라 산업계 인사들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요소 비료 등 농업에만 한정돼 국내에서 수급 불안이 고조된 차량·산업용 요소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KOTRA 본사는 차량용 요소수 문제가 빠진 현지 무역관 보고서를 지난달 22일 산업부에 보고했다. 청와대는 요소수 사태를 초기에 요소 비료 문제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요소수 대란은 중국 현지 수출 규제 정보 파악 등 초동대응 과정에서 해외시장 진출 중심의 산업정보 수집 체계가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베이징무역관 관계자는 “통관과 관련된 중국 내 무역·물류 수출회사에 미칠 영향에 초점이 맞춰졌다”라며 “중국에 있는 기업들을 접촉하다 보니 국내에 미칠 상황은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KOTRA 본사 관계자는 “KOTRA는 수출 지원이 중심인 기업이기 때문에 수입 품목에 대한 역할은 사실상 맡지 않고 있다”라며 “수입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산업부는 KOTRA 보고서 외에 국내 산업에 미칠 파급을 인지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중국 상하이영사관에서 차량용 요소수 문제를 포함한 내용의 보고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지난달 27일 처음으로 요소수 관련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글로벌 자원 공급망 문제가 경제안보 현안으로 떠오른 만큼 수출에 초점을 맞춘 KOTRA와 산업부의 해외 산업정보 수집 체계도 개편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도가 9월에 중국의 이상 동향을 파악하고 중국산 요소 82만여 t을 대량 구매했을 때도 한국은 대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요소수 이외의 원자재 공급망을 모니터링하는 정부 태스크포스(TF) 가동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16일부터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등에서 주유소의 요소수 재고 현황을 매일 두 차례 공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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