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 산업계 전반 확산···"재고 한달치"

시멘트·철강·정유화학 등 생산·운송 멈출까 우려 커져

강하늘기자 승인 2021.11.09 13:19 의견 0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에 따른 '요소수' 공급부족 사태로 생산 및 운송 차질 우려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요소수는 발암 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촉매환원제다. 대기환경보전법에 의거, SCR(Selective Catalyst Reduction, 선택적 촉매 감소) 장치가 부착된 디젤차량, 제철소, 시멘트 공장, 소각장 등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 요소수가 바닥나면 생산설비의 가동을 멈춰야 하고, 제품 운송, 쓰레기 소각도 어려워진다.

9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정밀화학, KG케미칼, 휴켐스, 에이치플러스에코 등 국내 50여개 요소수 생산 기업의 요소 원료 재고는 이달 말이면 모두 소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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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요소수 생상공장인 롯데정밀화학 공장 전경. 이 공장의 요소수 생산이 일부 중단됐다. 홈페이지 캡처

이들 업체들은 베트남·러시아·UAE·인도네시아 등 중국을 대체할 수입선을 확보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재고가 이달 말이면 모두 소진된다"며 "대체수입선을 알아보고는 있지만 아직 상황이 바뀐 것은 없다"고 밝혔다.

요소수가 바닥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제품 생산과 운송 모두 영향을 받는 시멘트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시멘트 업체들은 생산설비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에 요소수를 사용하고 있는데, 현재 한 달 정도만 재고가 남아 있다.

한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요소수가 없으면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지킬 수가 없고, 그렇게 되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시멘트 가루를 25톤가량 싣고 다니는 전용트럭인 BCT의 경우 벌써부터 요소수 부족으로 운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BCT 차량의 경우 장거리 운행이 많은데, 요소수가 없어서 운행을 못하겠다는 이야기들이 벌써 나온다"며 "현재로서는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 업체들도 요소수 수급난에 좌불안석이다. 요소수는 제철소의 SCR에도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냉연, 열연, 후판, 도금재 등 제품을 운송하는 차량에 부착된 SCR에도 사용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당장은 철강 제품 생산이나 운송에는 차질은 없지만, 요소수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까 우려하고 있다"며 "현재 재고가 한 달 치 정도 남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정유화학사들도 요소수 부족 사태 영향권에 있다. 정유사들은 유조차 또는 탱크로리로 불리는 차량으로 휘발유, 경유, 등유, 항공유 등의 연료와 액화가스, 납사 등을 운송하는데 이들 차량에 요소수가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현재 재고가 한 달 치밖에 남아 있지 않다"며 "요소수 수급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정유·화학 제품의 운송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둔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 업계도 TV, 가전 등 완성 제품 운송에 차질을 빚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

연말까지 신차 출고용 요소수를 확보한 완성차 업계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이번 요소수 부족 사태를 계기로 디젤 차량 판매 자체가 감소하고, 이가 곧 판매 실적 부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완성차 탁송용 트레일러도 요소수가 없으면 결국 운행이 어려워진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요소수 확보에 비상이 걸려 있는 상황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며 "앞으로 탈탄소로 가는 과정에서 앞으로 이와 유사한 필수 산업소재 부족 사태가 또 벌어질 수 있다는 게 더욱 우려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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