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관의 행복 칼럼] 동업

부모 자식 간에도 동업은 안 된다고 하지만···

플랫폼뉴스 승인 2021.11.05 13:25 | 최종 수정 2021.11.07 17:26 의견 0

나는 국내 기업 중 LG를 좋아한다. 언젠가 어느 사업가 모임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업가는 LG의 회장님”이라고 언급했다. 왜 그렇게 '존경' 하느냐고 묻는 분이 많다. 물론 LG의 그 두 분 회장님 말고도 존경하는 사업가가 우리나라에 많이 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님이나 현대의 정주영 회장님도 존경한다. 그런데 LG의 두 분 회장님을 가장 존경하는 이유는, 한 분이 아니고 ‘두 분’이기 때문이다.

편집(이미지 더블클릭)
구자관 삼구INC 책임사원(회장)

그 두 분은 처음부터 동업자다. ‘동동북 구리무’를 가내공업으로 시작할 때부터,다. 이를 이어 생활건강 기업으로 우뚝서더니, 이젠 전자를 비롯한 수십개의 계열 기업군을 거느린 세계적 기업이 되기까지 계속 동업이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유례가 없는 동업으로 성공한 대기업이다. 외국에도 이런 사례는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동업. 이름은 참 좋다. 그런데 이 좋은 이름이 실천하기는 참 어렵다는 것이 세상 이치다. 형제지간에도 잘 안되는 동업 관계에 성공한 LG는 더구나 단막극으로 짧게 끝난 스토리가 아니라 몇 대째 계속된다. 동업 관계가 삐꺽거린다는 소리도 별로 나지 않으면서 계속 발전해가고 있다.

나도 동업해 봤다. 물론 성공에 도달하기는 힘들었다. 시스템이 잘 구성되면 성공한다는 동업. 소유와 경영이 잘 구분되어 있으면 성공한다는 동업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LG만한 잡음이 전혀 없는 동업의 역사를 이어가는 기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처음엔 잘 해보자고 동업을 하지만 모든 걸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바람에 동업이 깨진다. 동업자 쪽에 한 푼이라도 더 가는 것 싫고 서로 의견이 다르면 동업은 깨진다. 이익과 관련된 욕심으로 깨지는 것이 동업이다.

LG의 성공을 분석하고 설명하려는 경제평론가도 있고 저널리스트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LG의 동업 성공을 불가사의로 보고 있다. 동업이 깨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이해 관계 때문이다. 허 회장 측에서 자금, 구회장 측에서 경영을 맡아 분리할 때도 욕심 안 부리고 배분의 관계를 잘 해서 동업에 관한 한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오래오래 전세계 기업경영사(企業經營史 )에 남을 것이다.

필자가 워낙 LG의 두 분을 존경해서 기업의 동업 관계를 길게 얘기했지만 지금 기업의 동업 관계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기업간의 동업 말고도 우리들 인생에는 수 많은 종류의 동업이 존재한다.

정부와 기업의 동업 관계는 어떤 면에서 자본주의를 지탱하게 하는 강력한 한 축(軸)이다. 기업의 성공이 국가의 성공으로 이어지고, 국가의 성공이 기업의 발전을 촉진한다. 정부와 기업은 아주 불가분의 동업, 찰떡 동업이다. 국가와 기업의 동업 관계가 원활하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성립되기 어렵다.

따라서 국가와 기업의 동업 관계는 이해관계나 어느 일방의 욕심으로 깨지지 않게 해야 한다. 약속은 약자의 것이 아니라 강자의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강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 관계는 ‘있으나마나한 관계’가 되어 버린다. 약자는 힘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지킨다. 강자도 같이 지켜주어야 동업은 번성한다. 정부와 기업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웃 간에도 이해 관계가 얽히면 사이가 나빠진다.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다. 이웃 나라와 사이 좋게 지내기는 참 힘들다. 즉 인접 국가 간에 사이가 나쁘다는 건 한일 관계나 한중 관계가 생생하게 증명한다. 근년에 들어 일본이 우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 아마 우리가 잘 살게 된 때문이 아닌가 지적하는 분들이 많다.

한국과 일본 ,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보면 오랜 역사를 통해 우리는 계속 두 나라의 침략을 받아왔다. 이웃 나라 간에 동업이 안 된다는 분명한 증거다. 특히 지금은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니 이웃 나라들이 배가 아파서 저런다.

정부와 기업은 아주 중요한 동업 관계다. 정부와 기업의 동업이 잘 나가야 국가도 발전한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을 못 믿는다면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가 쥐어짜기만 한다는 피해의식을 벗어나기 힘들다.

기업인이 돈 많이 번 것이 무슨 죄처럼 느껴지는 나라라면 세무조사를 받고 나니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가 생긴다는 기업인이 있다면, 기업과 정부의 동업이 썩 좋은 편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털어도 먼지 안 나게 했는데도 또 추징금을 내라고 하면 그 기업과 그 정부의 동업은 잘되고 있는 동업은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과 삼성의 이병철 회장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박 대통령이 혁명을 한 60년대 초기 이 회장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혁명을 한 박 대통령이 기업인을 처음 독대했다는 설도 있다. 여러 얘기가 오고 간 끝에 박 대통령이 “기업인들은 왜 탈세를 하느냐?”고 다그치는 어조로 물었다. 이에 이 회장은 “우리나라 법인세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비율이 높아서 정부가 내라는 세금 다 내고는 기업을 유지할 수가 없다”고 현실 그대로를 얘기했다.

그 후 혁명정부가 법인세율을 내렸다는 얘기는 기업인들 사이에 전설처럼 전해 오고 있다. 참으로 그 대통령에 그 기업인이었다는 생각이다.

기업인들은 ‘가진 자’들에 대한 쥐어짜기를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벌어서 정부가 내라는 세금 다 냈는데도 그 돈 다 어디다 썼느냐는 등 마치 피의자 다루 듯하는 정부라면, 돈 많이 번 것이 무슨 죄처럼 느껴지는 나라라면, 그 나라 기업과 정부는 좋은 동업자라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기업인은 벌은 돈 쓰지 않고 가지고 있거나 저축하면 안된다. 그렇게 저축해서 몇 십억원씩 만들면 안된다. 세금도 다 냈고, 정부를 속인 일도 없다. 그런데도 세금 내고 나서 안 쓰고 남은 돈을 범죄시 하는 정부라면, 기업과의 동업은 어긋난다. 물론 그런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고 본다. 아니 없어야 한다. 부자가 죄인이냐고 묻고 싶은 기업인이 많다면, 그 정부는 좋은 정부라는 소리 듣기를 원하지 말아야 한다.

많이 가진 기업인에 대해 법인세란 명목으로 납부할 것 바람이다. 정부와의 동업을 잘 하기 위해서 한 푼 안 깍고 세금 내는 기업인들은 모두 같은 생각이다. 세무조사를 받고 나면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가 생긴다는 기업인도 있다. 국가에서 이럴 수 있나. 더 나은 방법 없나? 세금 낼 것 다 내고 남은 돈은 내 돈이니, 그 돈은 맘대로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세금 많이 낸 기업인이 비싼 차 좀 탄다고 그게 시비거리가 되는 나라라면 기업인의 의욕이 어떻게 되리라는 건 묻지 않아도 정부가 잘 알 일이다. 물론 경영의 결과를 속이지 않고 사업하는데 세금 다 내고 탈세 한 푼도 안 했는데 세무조사 나온다. 숫자상으로 틀린 것 하나도 없는 데도 세무조사를 한 기업에는 타격이다.

세끼 밥 먹기가 어려울 때 나는 맹세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엄마가 외할아버지 밭에 가서 조를 따오지 않게 하겠다. 내가 책임지겠다”고 주먹을 불끈쥐었다. 그 때 내 인생에 처음 ‘책임’이 등장한다. 물론 엄마는 자식들이 굶는 것을 보다 못해, 자식들을 먹여 살리려는 엄마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그러니까 나는 자식으로서 엄마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의 책임을 내 것으로 물려받은 것이다.

그런 시절 우리의 가난을 바꿔 놓은 사람이 등장한다. 박정희 대통령이다. 그는 대통령으로서의 책임, 군사구테타를 일으킨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다 하려고 애쓴 사람이다. 우리들의 오랜 전통인 가난을 물리치는 일에 앞장섰다.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선두에 서서 역사를 이끄는 일로 다하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어려우나 발전 희망이 있는 기업에 자금을 밀어주는 등 그 시대엔 정부가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임을 마다않고 짊어졌다. 그 시대의 역사 속에 책임 질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우선 먹고 살아야 할 일부터 해결해야 할 시대에, 박정희는 자기 책임을 다 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실제로 책임을 졌다고 본다. 국가 지도자의 그 강단 있고 파워플 한 책임의식 때문에 우리의 역사는 어둠에서 빛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그는 앞을 내다보았을까? 시대를 앞선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할 책임이 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지도자는, 역사에 아무것도 보태지 못하고 퇴장한다. 미래를 미리 내다보았느냐고 그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는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려고 사력을 다한 것만은 사실이다.

나는 도산아카데미의 이사장 직을 맡고 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통합과 정직의 생애는 항상 책임을 강조한다. 도산 선생의 통합에 우리는 항상 감동한다. 어려서도 거짓말을 했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야 했던 도산 선생. 그렇게 정직하면 보호를 받아야 하는 세상에서, 그러나 역사는 우리를 보호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렇다고 역사에 책임을 물을 생각은 없다. 다만 도산 선생의 뜻이 존경스러워서 이사장 자리를 맡았다. 도산의 책임이 깡그리 내 책임으로 돌아와도 다 받아들일 생각으로···.

저작권자 ⓒ 플랫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