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놀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붙인 '사망'과 '별세'

정기홍기자 승인 2021.10.27 12:50 | 최종 수정 2021.12.10 09:01 의견 0

어제(26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셨다는 건 죽었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각 언론 매체가 '사망'과 '별세'로 달리 써 궁금해 하는 분도 있을 듯합니다. 보통 대통령이 죽으면 '서거'라고 하지 않은가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사망(死亡)은 사람이 죽음을 뜻합니다. 보통 높임 없이 쓰는 말입니다.

별세(別世)는 세상을 하직한다는 뜻입니다. 윗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 높임말이지요.

서거(逝去)는 '사거(死去·죽어서 세상을 떠남)'의 높임말이고, 주로 왕이나 대통령 자리에 있는 사람이 죽었을 때 쓰입니다.

이 말고도 일반적으로 높임말로 자주 쓰는 용어로는 운명, 타계, 작고, 영면이 있습니다.

운명(殞命)은 목숨이 끊어짐을 나타내며 별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쓰입니다. 타계(他界)는 귀인의 죽음을 말하는데 서거를 쓸 정도는 아니고 사회에 적잖은 기여를 했거나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인물에 쓰인다는 점에서 별세와 차이가 있습니다. 작고(作故)는 고인(故人·옛날 사람)이 되었다는 뜻으로, 죽음을 높여 부르는 말입니다.

영면(永眠)은 영원히 잠들다는 뜻이고 주로 유명한 사람의 죽음에 쓰입니다.

언론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별세를 붙인 것은 운명, 작고, 영면보다 무난해 적용한 것 같습니다.

전직 대통령인데 왜 '사망'으로 쓰냐고 고개를 갸웃하는 분도 있는데, 아마 군사 쿠데타와 광주민주화운동에 연관됐다는 점에서 그런 듯합니다. 노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광주에서 살상을 했다는 것에 소위 말하는 '좌파 매체'에서 주로 썼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높임법이 발달해 죽음을 말할 때도 가급적 높임말을 사용해 예의를 갖추는 게 일상화 돼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죽음에도 급이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각 종교에서도 죽음을 높이는 말로 씁니다. 불교에서는 승려의 죽음을 '입적'이라고 하고 가톨릭에서는 '선종', 개신교에서는 '소천'이라고 합니다.

한자어 외에 동사나 관용구로 '숨지다' '돌아가시다' '하늘나라로 가다' '밥 숫가락 놓다'로도 씁니다.

땅보탬이라는 말도 있는데 '사람은 죽어 땅에 묻힌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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