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암 환자 10명 중 9명이 ‘죽음의 열매’ 씹었다

빈랑나무 열매···중국·대만·동남아서 애용

강하늘기자 승인 2021.10.11 12:52 | 최종 수정 2021.12.25 02:00 의견 0

중국 당국이 중국, 대만, 동남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씹는 용도로 애용해온 빈랑나무 열매의 광고금지 명령을 내렸다.

지금까지 위와 치아에 좋다고 알려진 이 열매가 구강암을 유발하는 ‘죽음의 열매’였기 때문이다.

9일(현지 시각) 중국 관영 중앙TV(CCTV)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현지 언론 감독기관인 광전총국은 빈랑나무 열매를 라디오와 텔레비전은 물론 인터넷에서 광고하는 것을 규제한다고 밝혔다.

빈랑나무 열매는 중국의 전통 한약재다. 냉증을 앓거나 장의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에 중국과 대만, 인도와 태국, 인도네시아와 태평양 제도 등에서 씹는 열매로 오랜 세월 사랑을 받았다.

열매 이름은 말레이시아의 페낭 섬에서 따왔다.

하지만 현대의학의 발달로 빈랑나무 열매는 구강암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지난 2004년 빈랑 열매를 발암물질로 등록했다. 또 2017년엔 중국 당국도 빈랑 열매의 성분인 아레콜린을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영국의 유명 의학저널인 란셋(The Lancet) 보고서가 2019년 인용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 후난성의 구강암 환자 8222명 중 90%가 빈랑 열매를 씹는 것으로 조사됐다.

후난성은 허난성에서 재배된 빈랑 열매가 가공되는 지역으로, 빈랑 열매의 소비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중국 연구기관인 CNKI도 2009~2015년 후난성의 구강암 발병률은 다른 지역에 비해 30% 높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2015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빈랑 열매의 아레콜린 성분도 담배의 니코틴 중독을 유발하는 뇌의 수용체를 동일하게 자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빈랑 열매를 몇 년간 사용한 사람들은 뺨이 부풀어오르고 아래턱이 돌출되며 치아가 검어지는 증상을 앓았다.

43년간 빈랑나무 열매를 씹어온 대만의 한 택시기사는 치아가 시커멓게 변하고 이빨들이 빠졌다. 우한의 한 음악학교 1학년 학생은 빈랑 열매를 씹은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았는데 입을 벌리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빈랑 열매를 즐기는 풍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 방영 중인 중국 내 드라마에서는 경찰관 역을 맡은 아이돌 출신 배우가 정신을 맑게 한다면서 빈랑 열매를 씹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SCMP는 후난성 빈랑산업협회는 여전히 공식 홈페이지에서 빈랑 열매의 이점을 옹호하는 내용을 게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난성 현지에서는 빈랑 광고 규제가 주민들의 빈랑 섭취 감소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후난성의 한 주민은 상하이데일리에 “담배 광고가 없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다만 영국 BBC방송은 대만 보건부가 전국적인 빈랑 금지 캠페인을 벌인 결과 빈랑 사용자가 2007년 17.2%에서 2018년 7% 미만으로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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