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눈) 레터] 영혼도 웃게 하는 이순구의 '웃는 얼굴'

정기홍 승인 2021.05.25 12:39 | 최종 수정 2021.12.28 18:35 의견 0

※ 플랫폼뉴스는 SNS(사회적관계망)에서 관심있게 회자되는 글을 실시간으로 전합니다. '레거시(legacy·유산)적인 기존 매체'에서는 시도하기를 머뭇하지만, 요즘은 신문 기사와 일반 글의 영역도 점점 허물어지는 경향입니다. 이 또한 정보로 여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SNS를 좌판에서 한글 모드로 치면 '눈'입니다. 엄선해 싣겠습니다.

<이순구 작가의 웃는 얼굴들>

이번에 싣는 내용은 그림입니다. 입을 한껏 벌려서 웃는 그림입니다. 그림의 값어치를 상하게 하지 않는 범위에서 주석이랍시고 썼는데 주책이었으면 아량으로 봐주면 고맙겠습니다.

이순구 작가(62)는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숭전대(지금의 대전 한남대) 미술교육학과를 졸업, 지난 2006년부터 '웃는 얼굴'을 그려온 작가입니다. 한남대 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공주대에서 만화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력이 있네요. 지금까지 '웃는 얼굴'을 그리다보니 별명도 '웃는 얼굴 화가'로 통합니다.

웃음 그림 관련 책도 냈고, 개인전도 최소한 1년에 한번은 여는 것 같습니다. 한때 서울시-동아운수와 서울 우이동 버스 노선에 '버스 안의 미술관' 프로젝트를 해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네요.

다음은 이순구 작가의 웃음 그림들입니다.

보고 또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들. 어찌 이렇게 소담스럽게 생겼고, 어찌 저렇게 표정 하나하나에 맑고 순진한 내면을 담아냈을까 싶네요.

'해맑다' '웃음의 예술' 등등, 진부합니다. '허허' '호호' '깔깔'도 아니고 입몸이 드러나는 큼지막하게 입 벌여 웃는 '하하 웃음들'. 한껏 벌어진 입 안에 자리한 혀는 하트 모양으로 '사랑'을 담아냈습니다.

무림(재야)의 평론 고수 한 분은 "수많은 선들이 어우러져 면을 채우는 밀도와 여러 번 반복 채색해 배어나오는 얼굴색이 특징"이라며 "가지런한 치아와 둥근형 얼굴이 주된 기호적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다음은 손 동작과 목의 기울임을 강조한 그림입니다.

작가가 '웃음 그림'을 그려온 기간 중 후기 때 작품이라고 합니다. 미술 평론가에서는 전반기보다 더 내면적인 것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작가와 작품이 고마워서 그의 책을 소개합니다. 글쟁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책 소개밖에 없군요.

'이순구의 웃는 얼굴'(신형건 외 글·이순구 그림/뜨인돌어린이).

검색하니 이런 책이 있군요. 2013년에 나온 책인데 그의 '웃는 얼굴' 20점을 담았습니다. 배경과 옷차림, 머리 스타일은 각기 다르지만 한결같이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그림 옆에 실린 신형건 외 16인의 시도 곁들여져, 읽으면 마음이 더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 의해 그해의 책으로 선정됐습니다.

'그릇은 모두 둥글다//밥그릇이 둥글고/국그릇이 둥글다//둘러앉은 식탁은 각이 졌지만/접시가 둥글고/손가락도 둥글다//옹기종기 둘러앉은 식구들/벙글벙글 웃음//그릇 닮은 웃음이 둥글다'(책 속의 그림 관련 시)

마지막 가족의 웃음으로 갈무리했습니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방안에서 터져 나오는 가족의 웃음이 무엇인들 못하겠습니다. 화목의 시작이고, 만병의 약이겠습니다.

'얼굴의 반을 차지한 입과 가지런히 줄을 맞춘 하얀 치아, 속눈썹 반달 눈. 온 가족이 함께 웃는 모습'. 많은 분들이 그의 작품을 이 같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이순구 작가의 '웃음 그림'은 의도적이거나 비즈에서와 같은 사교적이고 전략적 웃음이 아닌, 본능적으로 터져나온 순수 웃음들입니다. 어수룩해 보이는 얼굴에 담아낸 맑은 웃음들. 그림 속의 웃는 얼굴을 보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합니다. 참 대단한 힘입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마스크로 얼굴 웃음마저 볼 수 없는 이 시대에 더없이 와닿는 그림입니다.

이 내용을 보내준 출판사 대표인 지인은 '오늘도 힘찬 행복에너지 팡팡팡 샘솟는 날, 웃음으로 시작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진다"고 했고, '웃음의 치유학'을 쓴 미국의 노먼 커즌스 기자는 "웃음은 맘 속의 약국"이라고까지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만사가 스트레스요, 만사로 피곤하지만 오늘도 기쁘게, 행복하게 '웃음 동행'을 합시다. '웃음 그림'은 딱딱해진 '가식의 근육'과 속깊이 응어리진 '마음의 근육'을 틈틈이 풀어줍니다.

15초를 더 웃으면 이틀을 더 산다는 말도 있습니다. 일소일소(一笑一少) 일로일로(一怒一老), 즉 웃음은 휴식을 넘어 치료(힐링)를 해줍니다. 그림을 다 보고 나니 "그려줘서 고맙다"는 생각만 자리합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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