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 행렬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

우리나라 대표 불교행사···신청 3년 만에 등재
유네스코 "민간 보존회+정부 협력 보존" 높이 평가

강하늘 승인 2020.12.17 10:08 | 최종 수정 2022.01.03 17:30 의견 0

해마다 사월초파일에 서울 종로 일대에서 진행되는 '연등회' 행렬이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제15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는 16일 오후 9시30분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가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21개 종목을 올렸다.

▲ 연등행렬 선두 사천왕등과 아기부처를 모신 연(가마). 문화재청 제공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우리나라 대표 불교행사인 연등회가 3년 여의 긴 여정 끝에 마침내 등재됐다"며 "특히 연등회의 유네스코 등재신청서가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우수한 사례로 특별하게 언급됐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이어 "종교를 떠나 세계의 사랑을 받는 각별한 문화유산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연등회는 지난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됐으며, 2018년 3월 유네스코에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에는 등재신청서 양식 변경에 따라 수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총 42건의 대표목록 등재신청서를 심사했다. 연등회를 포함해 총 25건은 '등재'를 권고했고, 16건은 '정보보완'을, 1건은 '등재 불가'를 권고했다.

평가기구는 연등회 등재와 관련, "대한민국의 연등회 등재신청서는 특정 무형유산의 대표목록 등재가 어떻게 무형유산 전체의 중요성에 대한 가시성과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잘 준비된 신청서"로 평가했다.

박상미 문화재위 세계유산분과 위원 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연등회의 세계유산적 의미에 대해 "연등회는 종교유산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종교의 경계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구성원에게 화합과 포용을 주는 문화유산이 된 점"을 먼저 꼽았다. 이어 "연등회는 형형색색의 등을 두고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아주 화려한 축제지만 운영에서의 '절제'와 '약자 배려'가 심사기구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민간의 보존회와 정부가 협력해 연등회의 보존을 노력해 왔다는 점에서 심사기구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연등회는 '삼국사기'에도 기록된 불교행사로 부처님의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행사다. 연등법회와 연등행렬, 회향 등으로 이뤄지며, '진리의 빛으로 세상을 비추어 차별없고 풍요로운 세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라 때 시작해 고려시대 국가의례로 자리잡았다. 고려 태조의 유훈으로 정월대보름마다 개최했고, 현종 원년(1010년)에 2월 보름으로 날짜를 바꿔 고려왕조의 마지막까지 지속됐다. 연등회는 소회일(小會日)·대회일(大會日)로 나누어 이틀간 치러졌는데 군신 간의 하례의식과 다양한 백희가무(百戱歌舞)가 펼쳐졌으며, 수천 명의 신하를 거느린 왕이 봉은사(奉恩寺)로 행차하는 의식이 이어졌다.

특히 연등회를 할 때면 대궐과 도성에 밤새 등을 밝히고 통금을 해제했다. 조명이 열악하고 통금이 철저했던 시대에 대낮처럼 환한 밤이 열려 있었으니, 당시 사람들에게 연등회는 그야말로 축제의 날이었던 셈이다.

고려시대에는 정월대보름에 연등회를 열었지만 지금은 매년 부처님 오신 날 '연등회'로 계승됐다.

연등회는 전통연등회의 다양한 풍습을 담아 크게 세 가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찰마다 행하는 불교행사로 관불(灌佛)과 법요식, 연등회의 백미인 연등행렬, 대중이 참여하는 다양한 놀이마당이 그것이다. 특히 전통연등회의 여러 요소를 반영한 연등행렬은 세계인의 주목과 찬사를 받고 있다.

전국 각지의 사찰을 중심으로 구성된 지역봉축위원회를 중심으로 그 준비과정과 연행에 있어 불교신앙의 여부,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일반 대중도 폭넓게 참여하는 축제로서 기능하고 있다. 국민은 물론 수많은 외국인들까지 참여하는 국내 대표 문화행사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21개를 등재했다.

그동안 종묘 및 종묘제례악(2001년), 판소리(2003년), 강릉단오제(2005년), 강강술래(2009년), 남사당(2009년), 영산재(2009년), 제주 칠머리당영등굿(2009년), 처용무(2009년), 가곡(2010년), 대목장(2010년), 매사냥(2010년, 공동등재), 줄타기(2011년), 택견(2011년), 한산모시짜기(2011년), 아리랑(2012년), 김장문화(2013년), 농악(2014년), 줄다리기(2015년 공동등재), 제주해녀문화(2016), 한국의 전통 레슬링(씨름)(2018)을 등재한 상태다.

유네스코는 다양한 국가가 인류 무형문화유산을 등재할 수 있도록 인류 무형문화유산을 다수 보유한 다(多)등재국에 대해서는 등재 심사를 2년에 1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현재 20건의 인류 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격년인 2년에 한 번씩만 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차기 인류 무형유산으로 지난 3월31일 '한국의 탈춤'(Talchum, Mask Dance Drama in the Republic of Korea)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 위한 신청서를 유네스코 본부에 제출해놓고 있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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