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과 '아이폰'으로 성장한 애플, 돌연 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

이상훈 승인 2019.03.13 18:55 의견 0

 

[플랫폼뉴스 이상훈 기자] 애플(Apple)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의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애플 스페셜 이벤트'를 개최했다. 이벤트에 앞서 사람들은 애플의 신제품 기기에 대해 관심을 보였지만 이날 애플은 하드웨어 기기 발표가 전혀 없었다. 대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공개한 것은 새로운 TV 스트리밍 서비스인 'TV플러스'와 번들형 뉴스·잡지 구독 서비스인 '뉴스플러스', 구독형 게임 서비스인 '애플 아케이드' 그리고 골드만삭스와 제휴해 만든 '애플카드'였다. 새로운 서비스가 대거 공개됐지만 맥도, 아이폰도, 기타 액세서리도 아닌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만 대거 공개된 스페셜 이벤트였다. 따라서 애플 제품에 큰 관심이 없는 이라면 애플의 대형 이벤트가 개최됐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가 상당수일 것이다. 

 

▲ 애플이 모건스탠리와 손잡고 출시하는 애플카드. 티타늄으로 된 이 세련된 신용카드는 연회비가 없다. 애플이 새롭게 출시하는 구독 콘텐츠 결제를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출처: 애플]



물론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멋들어진 신용카드 '애플카드'가 실물 서비스로 공개됐지만 '디바이스'는 아니다. 오히려 애플카드는 기존 애플의 서비스들과 다소 동떨어진 듯한 느낌마저 준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이러한 서비스들을 공개한 것일까. 


이날 2시간에 걸친 키노트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오프라윈프리 등 유명 스타들이 연사로 등장했다. 엄청난 거물들이 등장함에 따라 애플의 새 서비스들에 기대감이 커졌다. 팀 쿡은 'TV플러스'에 연간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임을 밝혔다. 또 'TV플러스'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TV 등 전 세계적으로 14억대가 넘는 애플 디바이스들에서 주로 사용될 전망이다. 여기에 추가로 애플 TV 앱을 지원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의 스마트TV에서도 'TV플러스'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 하드웨어 성장이 정체됐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14억대의 애플 기기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애플의 신규 서비스 출시에 원동력이 되었다. [출처: 애플]


'TV플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1억4000만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될 콘텐츠다. 이를 위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Amazing Stories(어메이징 스토리)'라는 SF쇼를 연출할 예정이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도 애플과 계약을 맺고 'TV플러스'만의 독점 콘텐츠를 만들예정이다. 이 외에도 제니퍼 애니스톤과 리즈 위더스푼은 TV 시리즈 '모닝쇼'에 출연하고, 영화 '아쿠아맨' 주인공 제이슨 모모아는 바이러스에 대항해 싸우는 시리즈 'Sea(씨)'에 캐스팅됐다. 애플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충정도 높은 사용자들을 기반으로 애플이 넷플릭스가 선점한 글로벌 OTT 시장에서 경쟁해나감과 동시에 새롭게 이 시장에 참전하겠다고 밝힌 디즈니, 아마존, AT&T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뉴스플러스'는 신문, 잡지 등의 유무료 미디어 콘텐츠를 한곳에 모아 서비스한다. 월 9.99달러에 300개 이상의 잡지를 볼 수 있다. '애플 아케이드'는 월 정액제로 유료 게임을 무제한 이용하는 서비스다. 다만 '애플 아케이드'의 요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넷플릭스'와 같은 유료 OTT 서비스를 공개하는 팀 쿡 애플 CEO [출처: 애플]

 


세 서비스 모두 구독료(Subscription fee) 중심의 서비스다. 왜 애플은 이러한 변화를 두게 됐을까? 그 이유를 애플의 매출구조에서 엿볼 수 있다. 애플 창업 초기 대부분의 매출을 차지했던 개인용 PC '맥'은 2000년까지만 해도 애플 매출의 86.2%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맥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9.6%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십수 년간 애플의 주 수입원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애플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아이폰으로부터 거둬들이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성장이 거의 끝나 한계점에 도달했다. 지난 1월 발표된 애플의 분기실적에 따르면 아이폰의 매출은 전년보다 15%가량 감소했다. 아이패드도 태블릿PC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에 있지만 매출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반면 애플뮤직, 앱스토어 등 서비스 부문 매출은 114억5000만달러(약 13조36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6%나 증가했다. 하드웨어 시장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포화상태인데 반해 콘텐츠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애플은 온라인 뉴스 서비스, 신용카드 서비스, 게임 구독 서비스 등 서비스 중심의 사업을 대폭 확대하기 시작한 듯 보인다. 지금까자의 애플은 자사 하드웨어를 판매했다면 이제 애플은 14억대 이상 보급된 자사 하드웨어에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형태로 플랫폼 확장을 꾀하고 있다. 여기에 다른 기기에서도, 애플 기기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니 전문가들은 애플이 매출 반등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TV플러스'는 애플 기기가 아닌 다양한 기기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출처: 애플]


다만 애플은 지금까지 줄곧 시장개척자로서의 지위를 다져왔다. 맥이 PC 시장을 개척했고, 아이팟이 휴대용 뮤직플레이어 시장에서 혁신을 가져왔다. 또 스마트폰이 IT 시장 전체의 판도를 바꿨고, 아이패드도, 애플워치도 시장을 리드한 제품이었다. 그렇기에 '애플'하면 '혁신기업'의 이미지가 떠오르게 됐다. 


아쉽게도 이번에 발표한 서비스들은 그런 시장개척자로서의 모험심이 보이지는 않는다. 온라인 중심의 구독서비스들이 인기를 끌자 이를 애플 기기에서 즐기기 좋도록 개선한 '팔로워'다운 움직임이다. 애플뮤직 역시 '판도라', '스포티파이' 같은 글로벌 서비스가 자리매김한 뒤 등장했다. 스트리밍 TV 서비스인 'TV플러스' 역시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과 경쟁해야 한다. 실적개선에는 주효할 듯하지만 애플의 혁신성이 옅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애플 서비스를 애플 기기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충성도 높은 애플 사용자들의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저작권자 ⓒ 플랫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