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103명 현대백 감염 경로는 화장실? 탈의실?

강하늘 승인 2021.07.10 13:59 | 최종 수정 2021.12.15 18:24 의견 0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3명으로 늘었다.

10일 방역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백화점 지하 식품관 직원 2명이 첫 확진된 뒤 직원과 고객으로 감염이 확산 중이다. 현재까지 확진자는 직원 77명과 손님 14명, 이들의 가족 11명 등이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직원 3600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마쳤고, 방문 고객들은 지금도 삼성역 근처 임시선별진료소와 강남보건소 등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 직원들은 평소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출근 전 증상 유무, 확진자와의 접촉 유무 등을 체크하고 문제가 없을 때만 백화점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첫 감염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업계와 방역 당국에 따르면, 무역센터점 집단 감염이 퍼진 공용 공간으로는 이 건물 지하 3층에 있는 15평 규모 탈의실과 1층·11층 흡연실, 화장실 등이 거론된다.

영업점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필수지만 1층·11층 흡연실, 직원용 화장실, 휴게실, 탈의실에서 마스크를 벗었을 가능성이 있다. 현대백의 한 직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흡연실은 칸막이가 쳐져 있어 한명씩 앉아서 흡연할 수 있다. 그런데 중앙에는 다 모여서 이야기를 하면서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감염원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했던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은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화장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은 “흡연실 같은 곳에서 잠깐의 접촉으로 (확진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확진자가 2~3일 사이에 수십명이 나오는 걸 보면 기침과 같은 일회성에서 나타나는 호흡기 비말감염 유행은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하나는 접촉감염인데 확진자가 기침을 하거나 비말이 묻은 손으로 공용시설이나 물품을 오염시켰을 때 발생한다”며 “바이러스는 외부에 나오면 금방 죽지만 플라스틱, 금속 같은 표면에는 며칠 간 생존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역학 조사를 해보면 제일 먼저 주목해야 되는 데가 화장실이다”며 “마스크를 벗고 양치를 하고 가글하는 과정이 있고 화장실에서 코에 손이 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서 수도꼭지나 휴지, 문 손잡이 이런 것들이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뒤에 이용하는 사람이 만지면 바로 감염된다”고 말했다.

달리 탈의실, 창고 등 식품관 직원들이 사용했던 공용 공간이 감염 확산 연결고리로 지목됐다. 백화점·마트 업계 노동조합은 이들 공간은 대체로 비좁아 감염이 퍼지기 쉬운 이른바 ‘3밀(밀집·밀접·밀폐)’ 조건을 갖췄다고 주장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무역센터점 감염 확산 원인으로 “지하 식품점부터 유행이 시작됐고 종사자들이 공용 공간을 같이 썼다”며 “환기가 어려운 환경 요인, 무증상으로 감염 시 빨리 알기 어려운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라디오 방송에 나왔던 직원은 “지난 주말 유독 백화점에 유동 인구가 많았다. 세일도 하고 상품권 행사도 있었다. 월초에 브랜드들이 프로모션을 많이 진행한다”고 말했다.

삼성역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 검사받으러 온 한 60대 여성은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서는 유명 제과점의 팝업 매장이 열려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고 전했다.

한편 9일 삼성역 임시진료소에서 받은 검사 건수는 1954건에 이른다. 강남구에서만 이날 6000 건이 넘는 검사가 이뤄졌다. 현대백화점은 12일까지 휴점한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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