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놀이] 헷갈리는 옹벽과 축대

정기홍 승인 2021.07.10 20:55 | 최종 수정 2022.01.09 22:54 의견 0

여름 장마철입니다. 보통 해마다 6월에 첫장마가 오는데 올해는 39년만에 7월에 맞은 늦장마라고 합니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남부 지방에 장대비가 쏟아져 옹벽과 축대가 무너져 사상자는 물론 재산 피해도 컸다고 전해지네요.

여름 장마철이 왔으니 이번에는 옹벽과 축대의 차이를 알아보겠습니다. 차이를 잘 아는 것 같지만 아는 분이 많지 많지 않습니다.

둘 다 경사진 곳에 토사가 흘러내리거나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쌓은 벽입니다. 벽의 외관 모습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위치와 역할(용도)에 따라 옹벽과 축대가 나뉩니다.

옹벽은 경사진 곳을 깎아 '낮추면서' 벽을 만들어 상부의 흙이 쏟아지지 않게 하는 것이고, 축대는 터를 원래의 땅 높이보다 더 높게 돋울 때의 쌓는 벽을 말합니다.

▲ 옹벽 모습. 한토이엔씨 홈페이지 캡처

옹벽은 주로 콘크리트 등으로 만들며 아파트 단지 등 큰 건물을 경사진 곳에 짓거나 산을 깎아 도로를 만들 때 경사진 벽을 쌓습니다.

옹벽 밑에 아파트 단지 등 건물을 짓는 경우가 많아 산사태 등으로 옹벽이 무너지면 큰 사고로 이어집니다. 요즘 같은 장마철에 비슷한 사고가 종종 납니다. 딱 10년 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나 며칠 전 전남 광양에서 뒷산 토사가 쏟아져 두채의 집을 덮쳐 한명이 사망한 사고가 이러한 경우입니다.

옹벽에 잔디를 심는 등의 사후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장마나 홍수때 절개면이 무너져내리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최근에는 얇고 넓은 콘크리트 블록 여러 개로 절개면을 덮듯이 설치해 강철심을 절개면의 암석 부근까지 박아 고정하는 공법을 주로 쓴다고 하네요.

국립국어원에선 옹벽을 '축대 벽'으로 순화하라고 제언을 하지만 '축대'와는 만드는 이유가 정반대이기에 헷갈릴 우려가 더 커보입니다.

축대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축대는 쌓은 곳의 위쪽에 공간을 만들기 위한 옹벽입니다. 경사지에 축대를 만들고 그 위에 공원이나 주택을 짓는 경우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겠네요. 즉, 쌓는 목적이 쌓은 축대 위에 대지 등 공간 확보를 위한 것입니다.

역학적(力學的)인 관점에서 보면, 축대는 옹벽의 한 부분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축대의 모습. 위쪽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쌓은 것이다.

옹벽과 축대와 비슷하지만 자연재해를 막기 위한 건축구조물로 제방과 방파제도 있습니다.

옹벽이 산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라면 제방은 강물의 범람을, 방파제는 파도를 막는 용도로 만든 것이지요. 이해하기 쉬운 건데 이런 연관 단어도 있다는 뜻에서 대별해봤습니다.

요즘은 밋밋하게 벽돌을 쌓는 것이 아니고 모양을 달리하는 등 보기 좋게 쌓은 벽이 많아졌습니다. 벽에 벽화를 그려넣기도 하고요. 다만 산에, 들에, 강에 있는 돌로 쌓은 것보다는 자연미 운치가 덜하겠지요. 자연 그대로의 맛은 시골마을 좁은 길인 고샅길의 돌담이 최고이지요.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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