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눈) 레터] 해탈시(解脫詩)

정기홍 승인 2021.08.16 20:04 | 최종 수정 2021.12.02 21:44 의견 0

※ 플랫폼뉴스는 SNS(사회적관계망)에서 관심있게 회자되는 글을 실시간으로 전합니다. '레거시(legacy·유산)적인 기존 매체'에서는 시도하기를 머뭇하지만, 요즘은 신문 기사와 일반 글의 영역도 점점 허물어지는 경향입니다. 이 또한 정보로 여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SNS를 좌판에서 한글 모드로 치면 '눈'입니다. 엄선해 싣겠습니다.

<解脫詩>

서산대사께서 85세의 나이로 1604년 입적하시면서 마지막으로 읊으신 시.

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生死去來亦如然(생사거래역여연)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없어짐이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人生>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 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 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요.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겠소.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 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오.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피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요.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게 있소.

살다 보면 기쁜일도 슬픈일도 있다만은, 잠시 대역 연기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 게 기쁜 것만은 아니요.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냥 그렇게 사는 겁니다.

※ 한시 외 밑에 푼 내용은 누군가가 시에 의미를 부여해 쓴 글입니다. 서산대사 정도로 도를 통한 분 같네요. 해석 글도 수준급입니다. 해탈을 못하면 저렇게 해석을 못 내놓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저렇게 살면 인생 재미는 없겠지요? 그래도 더불어 사는 세상, 더 듬뿍 주고,조금씩 깎아도 주고, 조금 더 내려놓고 더 건네줍시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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