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향 논란 '조선구마사' 결국 폐지…SBS "책임감"

320억 손실은 공동 책임으로
배우 출연료 정산 등은 진행

강하늘 승인 2021.03.26 22:24 의견 0

'중국향' 설정과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SBS TV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반중 정서를 넘지 못하고 결국 폐지된다. 2회분만 방영됐다. 이런 논란으로 드라마가 폐지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SBS는 26일 공식 입장을 내고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여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드라마의 방영권료 대부분을 선지급한 상황이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BS는 "폐지로 인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 취소를 결정하였음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조선구마사'는 지난 22일 1회 방송 중 충녕대군(장동윤 분)이 서양 구마 사제(달시 파켓)를 대접하는 장면에서 월병과 오리알 등 중국식 소품을 사용하고, 무녀 무화(정혜성)를 중국풍 의상을 입혀 논란이 됐다. 온라인에서 중국향 설정을 꼬집는 지적이 확산했다.


또 태종(감우성)과 양녕대군(박성훈), 충녕대군에 대한 묘사도 실제 역사와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도 일었다. 태종이 아버지 태조의 환시를 보고 백성을 학살하거나 충녕대군이 구마 사제와 역관에게 무시 당하는 등 설정이 심각한 역사 왜곡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드라마에 삽입된 OST도 중국 전통 현악기인 고쟁으로 연주한 음악이었다.

 

대본에는 조선이 악령과의 거래를 통해 건국됐고, 충녕대군은 바티칸 구마 사제의 구마 의식을 보고 배우면서 구마사가 된다는 설정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본 집필을 맡은 박계옥 작가의 전작인 '철인왕후'가 혐한(嫌韓) 이력이 있는 중국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고, 박 작가가 최근 한중 합작 민간 기업인 쟈핑픽쳐스와 집필 계약을 한 사실도 알려져 비판 여론에 불을 붙였다.

 

철인왕후에서 조선왕조실록을 "한낱 지라시"라고 한 대사도 문제가 됐다. '조선구마사' 연출을 맡은 신경숙 PD 역시 '육룡이 나르샤'에서 유사한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다.


제작사와 SBS는 사과문을 내 "관련 장면을 모두 수정하고 한 주 결방을 통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작품을 완전히 재정비해 방송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선구마사'의 PPL 광고대행사가 중국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 배급을 추진하는 업체로 밝혀져 '처음부터 중국 시장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중국풍 소품 등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이는 최근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이 거세진 가운데 국내 시청자들의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드라마에 광고를 한 기업 등의 명단을 공유하며 불매운동 조짐을 보이자 광고주들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제작 지원을 줄줄이 철회해 제작을 이어가기가 어렵게 됐다.

 

시청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SBS 홈페이지,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거세게 항의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조선구마사' 방영 중지 청와대 국민청원은 25일 오후 11시 18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SBS의 지상파 재허가를 취소해달라'는 청원도 수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한편 작품 폐지로 인한 손실에 대한 책임 공방이 자칫 법정 싸움으로 번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지만 드라마 측은 "제작사, 방송사 모두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한 결정이므로 그럴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배우들 출연료와 스태프 임금 문제는 정리 중이다. 제작비가 320억원이나 되는 만큼 모두의 양보를 전제하더라도 완전한 정산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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